식음료 — 62퍼센트라는 숫자가 나온 다음에 메뉴를 바꿨다
식음료(그린박스 06)는 행사 지속가능성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면서 가장 늦게 손대는 항목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메뉴는 관객 만족도와 직결되고, 입점 업체의 매출과 얽혀 있으며, 무엇보다 주최자가 자기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느끼는 부분이다. 그래서 대개는 지역 식재료 비중을 늘리자거나 잔반을 줄이자는 수준의 권고로 끝나고, 실제 조치는 다회용 그릇 같은 눈에 보이는 쪽으로 흘러간다.
웨이 아웃 웨스트가 다른 길로 간 것은 신념이 앞섰기 때문이 아니라 숫자가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2010년 주최사는 예테보리대 경영대학원과 함께 이 행사가 도시의 관광과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고, 그 조사의 한 부분으로 이산화탄소 분석을 붙였다. 결과는 전체 배출의 62퍼센트가 메뉴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무대도, 조명도, 관객 이동도 아니었다. 제작 총괄을 맡아 온 프레드리크 홀름스테드는 자원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음식으로 들어가는지를 보고 나서 2012년에 전면 채식으로 가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채식 페스티벌이 되기로 결심한 뒤에 근거를 찾은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배출이 나오는지를 먼저 보고 가장 큰 항목을 건드린 것이다.
같은 연구진이 2012년에 다시 측정했을 때 메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퍼센트로 내려갔다. 더 눈여겨볼 것은 총량이다. 2012년 행사는 2010년보다 하루가 더 길었는데도 총 탄소발자국은 40퍼센트 낮았다. 규모를 줄여서 배출을 줄인 것이 아니라 규모를 키우면서 배출을 줄인 것이고, 이 결과는 '음악 페스티벌이 채식으로 갈 때'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국내 행사가 참고할 대목은 여기다. 대부분의 행사가 감축 대책을 세울 때 무대 전력과 셔틀버스부터 손대는데, 배출 구조를 먼저 재 보지 않으면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항목을 놓친 채 작은 항목에서 애쓰게 된다.
전환 방식 자체도 기록해 둘 만하다. 주최 측은 고기와 생선을 뺀다는 결정을 2012년 행사 개막 하루 전에 발표했다. 채식이 스웨덴에서도 낯설던 시기였고 반발이 컸다. 관심을 끌려는 홍보용 술책이라는 비난이 나왔고, 개막 첫날 한 지역 신문은 사람들이 굶지 않도록 하겠다며 공원 정문 앞에서 무료 핫도그를 나눠 주기까지 했다. 이 국면을 돌린 것은 해명이 아니라 태도였다. 홀름스테드의 설명은 우리는 관객에게 무엇을 먹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가장 가까운 스테이크하우스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관객의 식생활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페스티벌을 생산하는 방식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라는 구분이다. 이 선 긋기가 없었다면 같은 조치가 훈계로 읽혔을 것이다.
지금도 이 행사는 100퍼센트 식물성으로 가지 않는다. 접시의 70퍼센트가 식물성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두되 완전 비건 전환에는 신중한데, 이유가 이념이 아니라 조달이다. 스칸디나비아 기후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제한적이어서 완전 식물성으로 가면 오히려 지역 조달이 어려워지고 수입 식재료가 늘어난다. 지역 조달과 식물성 비중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이에서 선을 그은 것이다. 국내 행사가 채식 메뉴를 도입할 때도 같은 검토가 필요하다. 수입 대체육으로 채운 채식 부스가 지역 농산물로 만든 혼합 메뉴보다 반드시 낫다고 말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