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RENDS · 2026-W32 · 8월 1주차 · 2026년 8월 3일
무엇을 재기로 하는가가 무엇이 좋아지는가를 정한다 — 눈금이 건수에서 가치로 옮겨 가는 중
이번 호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눈금입니다. 행사를 잘했다고 말할 때 우리는 지금까지 몇 건을 열었고 몇 명이 왔는지를 셌습니다. 그런데 그 자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연구기관은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재는 기준이 건수에서 가치로 옮겨 가는 과정을 정리했고, 서울은 이미 그 새 자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들여와 올 상반기 국제회의 40건의 경제 효과를 332억 원으로 계산해 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유럽이 기업에 요구하던 지속가능성 보고 항목을 60% 넘게 덜어냈고, 한국은 2028년부터 큰 상장사에 그 보고를 법으로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달에 정반대 방향으로 자가 조정된 셈입니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10년치 기업 보고서 9,000건을 인공지능으로 훑은 연구가 나와, 기업은 결국 누군가 재는 항목에서만 나아진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12개국 24개 축제의 실측표(재활용률 56%, 1인 1일 폐기물 0.76kg)가 처음으로 ‘기준선’을 숫자로 만들어 줬고, 네덜란드 조사는 호텔 예약에서 지속가능성을 보는 사람이 2%라는 냉정한 사실도 함께 전했습니다.
이번 주 핵심 (THIS WEEK POINT)
이번 호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눈금입니다. 행사를 잘했다고 말할 때 우리는 지금까지 몇 건을 열었고 몇 명이 왔는지를 셌습니다. 그런데 그 자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연구기관은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재는 기준이 건수에서 가치로 옮겨 가는 과정을 정리했고, 서울은 이미 그 새 자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들여와 올 상반기 국제회의 40건의 경제 효과를 332억 원으로 계산해 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유럽이 기업에 요구하던 지속가능성 보고 항목을 60% 넘게 덜어냈고, 한국은 2028년부터 큰 상장사에 그 보고를 법으로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달에 정반대 방향으로 자가 조정된 셈입니다.
- 자를 바꾸면 답이 바뀐다 — 자가 건수면 더 많이 여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더 많이 여는 것은 대체로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자가 가치로 바뀌면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순위를 올릴 길이 생긴다.
- 조명이 켜진 곳에서만 나아진다 — 보고서 9,000건을 훑은 독일 연구의 결론. 열심히 하자는 호소보다 무엇을 재기로 할 것인가라는 결정이 결과를 바꾼다.
- 우리를 재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다 — 호텔 예약에서 지속가능성을 보는 사람은 2%. 실질적 수요자는 규제와 발주, 후원사다. 제안서의 문장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01. 이번 호 핵심 신호
흩어져 있던 지침을 한 권으로 — 유럽 축구가 만든 행사 운영 매뉴얼
유럽축구연맹이 유럽 리그 연합체와 함께 축구 행사 지속가능성 매뉴얼을 6월 23일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문서에 흩어져 있던 연맹의 지침을 처음으로 한 권에 모은 것이 핵심입니다. 방식은 골라 쓰는 구조입니다. 클럽과 리그, 협회가 자기 행사에 맞는 항목만 선택해 적용할 수 있게 짰고, 하루짜리 경기든 여러 날 대회든 규모와 경험에 관계없이 각자의 속도로 도입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장 구성은 행사가 흘러가는 순서를 그대로 따릅니다. 사전 기획, 행사 중 실행, 사후 정리 세 단계로 나누고 각 장에 맥락 설명과 목표, 부딪히게 되는 문제, 그리고 기본과 심화 두 단계로 나뉜 해법을 붙였습니다. 권고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도록 돕는 체크리스트도 함께 들어갔고, 필요한 장만 따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유럽 각지의 실제 사례도 실렸습니다. 스위스 프로축구 리그의 이동 수단 해법, 네덜란드 리그의 물 절약, 아일랜드 한 구단의 자폐 친화 경기일 운영, 독일 한 구단의 거버넌스 중심 접근이 그것입니다. 연맹은 이 매뉴얼을 2030년 축구 지속가능성 전략과 맞물리게 하고 리그와 클럽을 통한 교육으로 퍼뜨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금까지 행사 지속가능성 자료는 두 극단뿐이었습니다. 하나는 관리 체계를 묻는 추상적인 국제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축제가 자기 현장용으로 만든 사설 문서입니다. 앞쪽은 무엇을 할지 알려 주지 않고 뒤쪽은 다른 행사에 옮겨 붙지 않습니다. 이번 매뉴얼은 정확히 그 중간을 메웠고, 그래서 한 종목 전체가 같은 문서를 참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이 종류의 종목 단위 지침이 실제로 쓰이기까지는 대체로 18~36개월쯤 걸릴 것으로 봅니다. 다만 국제 대회를 국내에 유치할 때 서류에 지속가능 운영 항목이 들어오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빨라, 지금부터 6~12개월 안에 도착합니다. 매뉴얼보다 요구서가 먼저 온다는 뜻입니다. 국내 종목 단체나 축제 협의회가 지금 자기 지침 초안을 만들어 두면, 그 요구서가 왔을 때 남의 기준을 처음부터 배우는 대신 우리 문서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항목을 삼사십 개로 압축하고 각 항목에 쉬운 단계와 어려운 단계를 나눠 적는 것이 요령입니다.
출처 · 유럽축구연맹·유럽 리그 연합체 공동 축구 행사 지속가능성 매뉴얼(6월 23일 공개)
인증서가 다시 물은 것 — 우리 행사에 닥칠 위험까지 적으라는 요구
세계육상연맹이 이벤트 지속가능성 국제 기준의 2024년 개정판으로 재인증을 받았다고 6월 19일 밝혔습니다. 심사는 이틀간 이어졌고 정책과 문서 검토, 운영과 위험관리 분석, 현장 직원 면담이 포함됐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준 자체의 변화입니다. 이 기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며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고 장소의 생물다양성을 관리하며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틀로 만들어졌는데, 2024년 개정에서 그동안 세계가 채택한 규범들과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 원칙, 파리협정이 그것입니다. 개정판은 기후변화와 유산, 인권과 아동권리의 비중을 키웠고 무엇보다 새로운 숙제를 하나 얹었습니다. 우리 행사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기후와 규제의 변화가 우리 행사에 만드는 위험과 기회까지 함께 따지라는 것입니다. 재인증 범위에는 연맹이 자체 개발한 대회 평가 체계도 포함됐고, 이 체계를 통한 보고는 2024년부터 연맹이 관리하는 주요 대회 대부분에 요구 사항이 됐습니다. 2024년 대회 104건, 2025년 대회 121건이 보고를 마쳤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인증은 한 번 받으면 끝나는 훈장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이번 사례는 반대를 보여 줍니다. 기준이 바뀌면 이미 받은 조직도 새 문턱을 다시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생긴 문턱은 성격이 다릅니다. 지금까지의 행사 지속가능성이 우리가 환경에 무엇을 했는지 정리하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폭염 때문에 경기 시간을 옮겨야 할 위험, 후원사가 배출 자료를 요구할 위험, 개최 도시가 조건을 붙일 위험을 함께 적으라고 요구합니다. 환경 담당자의 일이 아니라 경영 기획의 일로 자리가 옮겨 간 것입니다. 국내에서 이 요구 수준이 행사 인증 실무의 기본값이 되기까지는 18~36개월을 봅니다. 다만 국제 연맹이 관리하는 대회를 국내에서 열 경우에는 시차가 없습니다. 연맹의 요구는 개최지와 상관없이 즉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쪽에 우리가 미치는 영향을, 다른 쪽에 우리가 받을 위험을 놓고 각각 심각도와 가능성으로 점수를 매기면 한 장짜리 표가 나옵니다.
출처 · 세계육상연맹 ISO 20121:2024 개정판 재인증(6월 19일) — 대회 보고 2024년 104건·2025년 121건
건수에서 가치로 — 일본이 다시 짜고 있는 행사 평가 눈금
일본의 관광 연구기관이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재는 눈금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정리를 6월 하순에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도시와 국가의 실력은 개최 건수와 참가자 수라는 숫자로 이야기됐습니다. 알기 쉽고 비교가 쉬워 어디서 행사를 열지 정할 때 유력한 판단 재료였고, 각국이 순위를 올리려 애쓴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최지의 산업 집적, 연구 환경, 사업 연결망, 참가자가 얻는 경험의 질까지 여러 면에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국제회의협회 통계에 분야별 순위가 들어온 것이 상징적입니다. 올해 발표된 2025년 분야별 순위에서 일본은 기술 부문 2위, 과학 부문 3위였고 도쿄는 과학 부문 2위였습니다. 국가별 개최 건수로는 상위 다섯 곳에 들지 못하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도쿄와 오사카, 요코하마를 통해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시산업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올해 3월 발표된 세계 전시산업 보고서에는 시장 매력도, 산업 생태계의 질, 경쟁 기회라는 세 관점으로 국가를 종합 평가하는 순위가 처음 도입됐고, 이 가운데 산업 생태계의 질은 전시회를 뒤에서 떠받치는 관련 산업과 제도, 물류, 인재까지 평가 대상으로 삼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속가능성 논의가 오래 겉돈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성적표가 건수와 인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자가 건수면 더 많이 여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더 많이 여는 것은 대체로 더 많이 배출하는 것입니다. 자가 가치로 바뀌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참가자 한 명이 지역에 남기는 효과, 개최지 산업과의 연결, 경험의 질이 성과가 되면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순위를 올릴 길이 생깁니다. 지속가능 운영이 비용이 아니라 점수가 되는 첫 조건이 바로 이 자의 교체입니다. 국내로 좁혀 보면 서울보다 지역 도시들에게 기회가 큽니다. 조선이나 이차전지, 바이오처럼 특정 산업이 몰려 있는 지역이 그 분야 국제회의를 겨냥하면 총량 경쟁을 피하면서도 분야별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이 국내 유치 지원 사업의 심사 기준에 반영되기까지는 12~24개월을 봅니다. 그때 쓸 제안서 문장을 지금부터 바꿔 두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몇 건이었다가 아니라, 이 도시의 이 산업이 귀 학회에 어떤 연결을 만들어 주는가로 말입니다.
출처 · 일본 관광 연구기관 6월 하순 정리 — 분야별 순위·전시산업 3관점 종합 평가 도입
전시회의 강함을 여섯 조각으로 — 그리고 그 목록에 없는 항목
행사 산업에 공통 비교 지표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6월 중순 영국 매체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26년 동안 전시회를 운영해 온 사람이 만든 지표로, 그는 4년 전 비행기 안에서 무엇이 한 전시회를 다른 전시회보다 강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말합니다. 답은 두 축이었습니다. 첫 축은 시장 자체입니다. 시장에 수익이 나고 변화가 있고 혁신이 많으면 전시회에 좋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참가사가 그대로이며 아무도 돈을 벌지 못하면 전시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축은 전시회 내부의 힘으로 사람 사이 연결, 지식 전달, 상업적 가치, 위치, 조직 운영을 뜻합니다. 완성된 지표는 가로축에 전시회의 현재 평판을, 세로축에 시장이 그 미래를 얼마나 믿는지를 놓고 좌표를 찍습니다. 가로축은 여섯 개 항목으로 나뉩니다. 상업적 가치와 투자 대비 효과, 만족도와 충성도, 경쟁 지위, 경험과 콘텐츠, 위치와 장소, 조직과 운영입니다. 만족도 지표 하나만으로는 전시회의 힘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지표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이 들어갔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빠졌는가 때문입니다. 여섯 항목 어디에도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상업적 가치, 만족도, 경쟁 지위, 경험, 위치, 조직 운영은 모두 지난 10년의 평가 언어입니다. 국가 단위 순위는 이미 여러 축으로 넓어졌고 국제 인증 체계는 항목별 수치를 쌓고 있는데, 정작 개별 전시회를 재려는 새 민간 지표에는 그 축이 없습니다. 업계가 스스로 만드는 지표에 지속가능성이 자동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표는 만들어질 때 넣어야 하고, 만들어진 뒤에 넣으려면 훨씬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도 전시산업 자체 평가 지표를 만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니, 이 흐름은 수입보다 자체 설계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시차가 아니라 참여의 문제입니다. 새 축을 하나 더 만들자고 하기보다 여섯 항목 각각에 지속가능 요소를 하나씩 스며들게 하는 편이 훨씬 잘 받아들여집니다. 위치 항목에는 대중교통 접근성을, 조직 항목에는 전담 담당자 유무를 붙이는 식입니다.
출처 · 전시회 공통 비교 지표(2축·6항목) — 6월 중순 영국 매체 소개
5년 만의 첫 전임자, 그리고 100만 톤이라는 누적
두 소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하나는 사람입니다. 행사 산업의 국제 탈탄소 공동 사업인 넷제로 카본 이벤트가 지속가능성 전문가 한 명을 신임 프로그램 디렉터로 임명했습니다. 2021년 출범 이후 이 사업에 전담 책임자 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참여 단체들이 각자 시간을 쪼개어 운영해 왔는데,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전임자를 두기로 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숫자입니다. 휴대형 배터리 전원 장치를 만드는 인스타그리드가 자사 고객들이 내연 발전기를 대체함으로써 누적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에 약 6만 대의 배터리 장치가 배치됐고 행사뿐 아니라 건설, 방송과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쓰였습니다.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이 장치는 비슷한 성능의 내연 발전기보다 생애 전체 온실가스 배출이 최대 94% 적으며 연료 사용과 정비 필요, 운영 비용도 함께 줄었습니다. 행사 임시 전력의 저탄소 전환이 실험 단계를 지나 실적이 쌓이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 줍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소식을 나란히 놓으면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임시 전력의 대체는 기술적으로 이미 증명됐고 누적 실적까지 나왔는데, 그 성과를 산업 전체 목표와 연결해 관리할 조직에는 이제야 전임자가 생겼습니다. 기술은 앞서 있고 관리 체계가 뒤따라오는 전형적인 배치입니다. 국내 사정은 더 이릅니다. 행사 전력 시장이 사실상 발전기 임대 중심이라 배터리 전원은 조달 자체가 과제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첫 단계는 배터리가 아니라 연료입니다. 발전기를 바꾸지 않고 연료만 재생 연료로 바꾸는 방식은 도입 문턱이 낮고, 국제 행사를 국내에서 열 때 후원사 요구로 먼저 들어올 수 있어 앞으로 12~24개월 사이에 도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준비는 계약서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발전기 임대 계약에 연료 종류와 시간당 소비량, 가동 시간 기록 제출을 넣는 것만으로 나중에 필요할 탄소 계산의 절반이 해결됩니다. 종이 한 장이면 되는 일인데 아직 국내에는 그 문구를 넣은 계약서가 드뭅니다.
출처 · 넷제로 카본 이벤트 첫 전담 프로그램 디렉터 임명 · 인스타그리드 누적 100만 톤 감축 발표(약 6만 대 배치)
02. 인증·표준 워치 — 무엇이 그린워싱과 진짜를 가르는가
12개국 24개 축제가 남긴 실측표 — 이제 기준선이 숫자로 존재한다
국제 축제 인증기관이 2025년 인증을 받은 24개 축제의 자료를 6월 중순 공개했습니다. 대상은 4개 대륙 12개국으로 오스트리아, 영국, 스위스, 포르투갈, 스페인, 에스토니아, 미국, 인도, 콜롬비아 등이 포함됐고 스위스의 유명 재즈 축제와 미국의 대형 전자음악 축제가 처음 참여했습니다. 수치가 아주 구체적입니다. 92%가 관객이 어떻게 오는지를 측정했고 지역에서 오는 관객 비율은 평균 49%였습니다. 94%가 공식 식음료 정책을 두었고 89%가 다회용 컵을 썼으며 85%가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채식 메뉴는 제공 음식의 평균 53%를 차지했고 17%는 아예 전면 채식이었습니다. 71%가 발전기를 일부라도 썼는데 그 가운데 47%는 경유 대신 식물성 연료를 썼고 25%는 전기를 계통에서만 받았습니다. 재활용률은 평균 56%였고 다섯 개 축제가 70%를 넘었습니다. 관객 한 명이 하루에 만드는 폐기물은 평균 0.76킬로그램인데, 캠핑형 축제가 1.34킬로그램, 캠핑이 없는 축제가 0.51킬로그램으로 약 2.5배 차이가 났습니다. 물은 하루 한 사람당 평균 10리터였습니다. 그리고 24개 축제 전부가 지속가능성 전담 담당자나 팀을 두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표의 진짜 값어치는 평균값이 아니라 기준선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축제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가장 곤란한 질문은 그래서 어느 정도면 잘하는 것인가였습니다. 답할 근거가 없으니 모든 대화가 노력의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이제 재활용률 56%, 한 사람 하루 폐기물 0.76킬로그램, 물 10리터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국내 어느 축제든 자기 숫자를 이 표 옆에 놓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캠핑형과 비캠핑형의 격차가 2.5배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국내 축제 대부분이 캠핑이 없는 형태이니 비교 대상은 0.51킬로그램 쪽입니다. 국제 인증이 국내 축제에 본격적으로 요구되기까지는 18~36개월쯤 남았지만, 측정은 지금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관객이 오는 방식, 하루 폐기물, 물 사용, 발전기 연료 소비 네 가지는 별도 장비 없이 기존 정산 서류에서 상당 부분 뽑힙니다. 요구가 오기 전에 두세 해 치를 쌓아 두면, 도착했을 때 그것은 심사가 아니라 확인이 됩니다.
출처 · 국제 축제 인증기관 2025년 인증 24개 축제 실측 자료(4대륙 12개국)
유럽이 공공조달에 지속가능성을 넣으려 한다
새 유럽 규정안이 공공조달 규칙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소식이 7월 중순 프랑스 매체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핵심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물건과 서비스를 살 때 지속가능성 기준을 함께 보게 하는 것으로, 유럽의 전환에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붙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소식이 나온 시점입니다. 같은 시기 유럽에서는 환경 관련 규제가 잇따라 뒤로 물러서고 있습니다. 기업에 지속가능성 보고를 요구하던 지침이 간소화되는 중이고, 공급망을 살피게 하던 지침도 같은 방향으로 손질되고 있으며 일부 시행은 미뤄졌습니다. 규제로 기업을 움직이는 길이 좁아지는 와중에, 정부가 사는 쪽에서 조건을 거는 길이 새로 열리려는 것입니다. 이 규정안은 아직 초안 단계이며 최종 내용과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행사 산업은 공공 발주 비중이 매우 큰 분야입니다. 지자체 축제, 정부 기념행사, 공공기관 회의, 국제회의 유치 지원까지 발주의 상당 부분이 공공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조달 규칙의 변화는 이 산업에 규제보다 더 직접적입니다. 보고 의무는 큰 기업에만 적용되지만 조달 기준은 입찰에 들어오는 모든 규모의 업체에 그날부터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열 명짜리 대행사도 입찰 규격에 항목이 들어가는 순간 그것을 채워야 합니다. 유럽의 이 규칙이 국내 발주 규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4~36개월을 봅니다. 다만 국내에도 녹색제품 의무 구매나 사회적 가치 배점 같은 제도가 이미 있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배점 항목에 행사 운영에 맞는 지표가 없다는 점이고, 그 빈칸이 지금 채워 넣을 자리입니다. 다회용 체계 도입 여부, 발전기 연료 종류, 폐기물 분리 계획, 관객 이동 대책 네 가지면 첫 판으로 충분합니다. 각 항목에 배점과 증빙 서류를 함께 적어 두면 발주 기관이 바로 쓸 수 있는 문서가 됩니다.
출처 · 유럽 공공조달 규정안(초안 단계) — 7월 중순 프랑스 매체 보도
유럽은 60%를 덜어내고, 한국은 법으로 넣는다
같은 달에 정반대 방향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크게 손보아 의무 데이터 항목을 60% 넘게, 전체 요구 지표를 70% 줄였습니다. 기업 한 곳이 부담하는 준수 비용을 30% 이상 낮추는 것이 목표로, 처음 제시했던 25% 경감보다 더 나아간 수준입니다. 집행위는 크게 덜어냈어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인권에 관해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질은 유지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의무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을 위한 간소한 자발적 보고 서식이 승인됐고,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그 서식 이상의 자료를 요구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도 새로 도입됐습니다. 반대편에서 한국은 날짜를 박았습니다. 2028년부터 자산 10조 원을 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연차보고서에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정보를 담아야 합니다. 1단계 대상은 107개사이고 2029년부터 규모가 작은 기업으로 넓어집니다. 공급망 전반에서 나오는 간접 배출 보고는 각 대상군이 시작한 지 3년 뒤부터, 제3자 검증은 2030년부터 의무가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속가능성 정보가 재무정보와 같은 수준의 법적 책임을 진다는 점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두 소식이 행사 산업에 중요한 이유는 후원과 발주가 이 규범을 타고 흐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자기 공시를 위해 공급망 배출을 집계하기 시작하면 자기가 후원하거나 발주한 행사의 자료를 요구합니다. 그러니 보고 규범의 강약은 행사 주최자에게 곧바로 자료 요구의 강약으로 번역됩니다. 특히 한국의 간접 배출 보고가 시작 3년 뒤부터라는 점이 정확한 시계를 줍니다. 2028년에 시작한 기업은 2031년부터 공급망을 집계해야 하고, 그 안에 자사가 후원한 행사가 들어갑니다. 실질적인 마감은 2028년이 아니라 그보다 1, 2년 앞입니다. 기업들이 첫 보고를 준비하며 협력사와 후원 대상에 자료 서식을 돌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그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해 둘 일은 정산 양식을 손보는 것입니다. 행사 전력 사용량과 연료 종류, 관객 이동 수단 구성, 폐기물 발생량과 처리 방식, 조달 품목의 출처 네 가지를 정산 서류에서 자동으로 뽑을 수 있게 해 두면, 요구가 왔을 때 추가 비용 없이 답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유럽집행위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 간소화(의무 항목 60%↓·지표 70%↓) · 한국 2028년 ESG 공시 의무화(1단계 107개사)
조명이 켜진 곳에서만 나아진다 — 보고서 9,000건이 알려 준 것
독일 공영방송이 7월 하순에 전한 연구 결과가 지속가능성 보고의 효과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뮌헨의 한 대학 연구팀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를 10년치 거슬러 올라가 분석했습니다. 규모가 문제였습니다. 9,000건의 보고서에 170만 쪽이니 이걸 읽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그 일을 하는 인공지능 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연구자의 설명입니다. 수백만 건의 질의를 거쳐 나온 결과는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기업이 직접 만드는 배출은 평균적으로 뚜렷하게 줄었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반면 공급망을 통해 생기는 배출은 크게 늘었는데, 연구자는 이를 나빠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던 정보가 이제야 드러난 결과로 봅니다. 기업들이 무엇을 즐겨 말하는지도 나왔습니다. 직원 만족도나 산업재해 같은 자사 인력 이야기는 풍부한데 환경오염과 생물다양성에 관해서는 알 수 있는 것이 적었습니다. 연구자의 결론이 이 호 전체를 관통합니다. 기업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곳, 즉 조명이 켜진 항목에서 나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투명성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며 보고서만으로는 배출이 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연구는 행사 산업이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정확히 설명합니다. 조명이 켜진 항목에서만 개선이 일어난다면, 우리 과제는 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조명을 켜는 것입니다. 앞서 본 축제 실측표가 전력과 폐기물, 물, 관객 이동에 조명을 켠 작업이었고 서울의 파급효과 계산기가 국제회의의 경제 효과에 조명을 켠 작업입니다. 반대로 아직 아무도 재지 않는 항목은 아무리 중요해도 개선되지 않습니다. 행사 조달 품목의 출처, 무대 자재의 재사용률, 임시 구조물의 폐기 경로가 그런 자리입니다. 무엇을 재기 시작할 것인가가 앞으로 몇 해의 결과를 사실상 결정합니다. 실무에서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첫해에는 정산 자료에서 바로 뽑히는 전력과 폐기물만, 이듬해에는 설문이 필요한 관객 이동, 셋째 해에는 공급사 협조가 필요한 조달 출처로 나누면 조직이 지치지 않고 따라옵니다. 한꺼번에 다 재자는 계획은 대개 첫해에 무너집니다.
출처 · 독일 뮌헨 소재 대학 연구팀 — 10년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 9,000건(170만 쪽) AI 분석
03. 축제·이벤트 현장 적용 + 한국에 올까?
전국의 테니스공이 원료로 돌아온다 — 오스트리아가 만든 첫 회수 회로
오스트리아에서 전국 단위 테니스공 재활용 체계가 7월 하순에 출범했습니다. 문서 파쇄와 자원순환을 하는 기업, 재생 테니스공을 만드는 제조사, 독일어권 최대 테니스 전문 매체 세 곳이 함께 만들었고 오스트리아의 모든 테니스 클럽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배경 숫자가 문제의 크기를 보여 줍니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3억 개가 넘는 테니스공이 버려지고 유럽에서만 수백만 개가 폐기됩니다. 테니스공은 고무와 펠트, 합성섬유처럼 다시 쓸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지지만 오스트리아에는 지금까지 수거와 운송, 재활용을 아우르는 전국 해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일반 쓰레기로 갔습니다. 새 체계는 단순합니다. 참여 클럽이 전용 수거함을 받고 가득 차면 파쇄 기업이 수거와 운송을 맡습니다. 선별과 파쇄를 거쳐 제조사로 넘기면 그곳에서 고무와 펠트를 분리해 되살립니다. 되살린 고무는 유럽에서 난 양모로 감싸 새 테니스공과 패들볼이 되며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생기지 않습니다. 참여 기업들은 수거와 파쇄, 물류, 재활용이 손발을 맞춰야 순환이 굴러가며 참여 절차를 최대한 간단하게 만든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사례에서 배울 것은 테니스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스포츠와 행사 현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종류가 뚜렷하고 양도 많은데 지금까지 순환이 안 된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거 물류가 없어서였습니다. 이번 체계는 그 빈칸을 정확히 겨냥했습니다. 재활용 기업이 아니라 파쇄와 물류를 하는 기업이 참여했다는 점, 업계 매체가 세 번째 축으로 들어가 클럽 연결과 신청 절차를 맡았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띕니다. 순환에서 부족한 것은 대개 기술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국내에서 이런 종목 단위 회수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 18~30개월쯤 걸릴 것으로 봅니다. 유리한 조건은 생활체육 클럽이 지자체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모여 있어 거점을 잡기 쉽다는 점이고, 불리한 조건은 되살리는 공정이 국내에 없다는 점입니다. 축제로 옮기면 배너와 현수막, 임시 카펫, 다회용 컵이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품목입니다. 다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되살린 물건을 누가 살 것인지부터 정하고 거꾸로 올라오지 않으면, 모은 물건이 창고에 쌓이다 결국 버려집니다.
출처 · 오스트리아 전국 테니스공 재활용 체계 출범(7월 하순, 파쇄·물류 기업 + 제조사 + 업계 매체 3자)
관객에게 고를 수 있는 정보를 준다는 발상
영국의 재생에너지 공급사가 축제 시즌을 맞아 관객용 안내를 7월 하순에 냈습니다. 출발점이 분명합니다. 수만 명이 며칠간 한자리에 모이면 사실상 거대한 임시 도시가 만들어지고 그만큼의 탄소발자국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관객의 자리를 정확히 짚습니다. 관객은 무대를 어떻게 돌릴지, 축제가 환경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할 수 없지만 어떤 축제에 갈지는 고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출연진과 장소를 따질 때 지속가능성도 판단 기준에 넣으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확인할지도 알려 줍니다. 핵심은 전력입니다. 축제는 오랫동안 시끄럽고 매연을 내뿜는 경유 발전기에 기대어 왔습니다. 이 회사와 협력 사업체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축제 전원을 대고 있으며, 최근 몇 해 동안 글래스턴베리를 비롯한 대형 축제에서 공연 전력을 담당했고 한 세계음악 축제의 메인 무대는 7월 하순 나흘 동안 전면 적용을 받았습니다. 이동도 항목으로 들어갑니다. 오가는 여정이 행사 배출의 큰 몫이니 예약 전에 기차와 셔틀을 먼저 확인하라고 권합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금까지 축제 지속가능성 정보는 거의 전부 주최자와 업계를 향해 있었습니다. 인증 결과는 업계 문서로 돌았고 감축 실적은 후원사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관객은 그 정보에 닿을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 안내가 여는 것이 그 회로입니다. 관객이 전력 방식을 확인하고 그걸 선택 기준에 넣기 시작하면 인증과 측정이 처음으로 아래쪽 압력을 만듭니다. 지금까지의 압력은 전부 규제와 후원사에서 내려오는 위쪽 압력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관객용 정보 공개가 자리 잡기까지 18~30개월을 보지만 지름길이 있습니다. 지자체 축제가 많아 안내 페이지 서식을 공유하는 경우가 흔하니, 그 서식에 항목 하나를 넣는 방식으로 한꺼번에 도입될 수 있습니다. 항목은 다섯 개면 충분합니다. 무대 전력을 무엇으로 돌리는가, 다회용 용기를 쓰는가, 대중교통과 셔틀은 어떻게 되는가, 폐기물은 어떻게 나누는가, 그리고 지난해 수치는 얼마였는가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핵심입니다. 계획만 적으면 홍보가 되고 지난해 숫자를 함께 적으면 정보가 됩니다.
출처 · 영국 재생에너지 공급사 관객용 축제 선택 안내(7월 하순)
네덜란드 호텔 투숙객의 2% — 냉정한 실측 하나
네덜란드의 한 시장조사 기관이 3,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호텔 조사 결과가 7월 하순에 나왔습니다. 숙박을 예약할 때 무엇을 보는지 물었더니 지갑이 먼저였습니다. 위치가 52%로 여전히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다음이 할인과 프로모션 32%, 가격 31%였습니다. 품질 23%, 서비스 15%, 분위기 15%, 외관 11%, 평판 10%, 독점성 5%가 뒤를 이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2%였습니다. 안전 2%, 개인화 2%, 사후 관리 1%와 함께 사실상 맨 아래 무리입니다. 조사 기관 대표는 이 결과를 지금의 경제 상황이 만든 직접적 결과로 봅니다. 소비자의 여가 예산이 눌려 있고 외식과 휴가, 나들이가 네덜란드 사람들이 아끼려는 항목 상위 열 개에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눈에 띈 사례는 가격 민감도를 정면으로 겨냥한 올인클루시브 체인이었습니다. 이 체인의 평균 숙박 일수는 4.1박으로 시장 평균 1.8박보다 훨씬 길고 추천 점수 상위 다섯 곳에 들었으며, 이 브랜드를 아는 사람 가운데 78%가 50세 이상이라는 뚜렷한 이용자 구성도 함께 나왔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앞 꼭지가 관객 선택에 기대를 걸었다면 이 조사는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그리고 그 찬물이 이번 호에서 가장 값진 자료입니다. 지속가능성이 소비자 선택 기준에서 2%라는 사실은 전략을 근본에서 바꿉니다. 소비자가 골라 줄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세운 계획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규제와 발주, 그리고 후원사와 기업 고객의 요구입니다. 이번 호의 다른 꼭지들이 전부 그 세 경로에 관한 것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닙니다. 개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실질적인 수요자입니다. 국내 호텔과 컨벤션 시설을 설득할 때도 언어를 바꿔야 합니다. 소비자가 좋아한다는 논리 대신 법인 계약 조건과 국제회의 유치 심사 항목, 후원사 자료 요구를 근거로 삼는 편이 정확하고 오래갑니다. 국제 학회가 개최지에 숙박 관련 항목을 묻기 시작하는 시점은 앞으로 6~12개월 사이로 봅니다. 개인 투숙객보다 학회 사무국이 먼저 물어봅니다. 덧붙이면, 가격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은 지속가능 운영이 비용을 낮추는 쪽을 찾으면 오히려 유리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처 · 네덜란드 시장조사 기관 호텔 예약 기준 조사(표본 3,800명 이상, 7월 하순)
남극 가이드들이 꿈의 직장을 그만둔 이유
기후변화와 남극 크루즈 관광을 다룬 연구가 7월 하순 여행 매체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대학 연구자 세 명이 남극 관광 가이드로 일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결론이 뜻밖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에게 남극을 아낀다는 것은 결국 남극 관광에서 걸어 나오는 일을 뜻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거리가 반드시 책임감을 약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이들에게 그곳을 돌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곳을 떠나는 일이었고, 많은 이가 그만둔 뒤 오히려 나아졌다고 답했습니다. 한 응답자는 자신이 옳지 않다고 알고 있는 것에 맞서 일하고 있었고 그것이 몸으로도 나타났으며, 떠나기로 결정한 뒤 훨씬 나아져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자신이 사랑하는 장소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때로는 그곳을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이 연구는 학술 매체에 먼저 실린 뒤 공개 라이선스로 여행 매체에 다시 게재됐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이야기를 여기에 싣는 이유는 남극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앞서 본 축제 실측표에서 인증을 받은 24개 축제 전부가 지속가능성 전담 담당자나 팀을 두고 있었습니다. 사람 없이 나머지 수치가 나온 사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가 알려 준 것은 사람이 떠나는 이유가 임금이나 노동 강도가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과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 사이의 어긋남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행사 조직에도 같은 구조가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담당으로 뽑혔는데 실제 권한은 홍보 문구 검토뿐인 자리, 감축 목표를 세우라면서 예산은 주지 않는 조직에서 사람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조직을 진단할 때 질문 하나를 추가하기를 권합니다. 그 담당자가 어떤 결정에 서명하는가입니다. 조달 서류에 서명하는가, 예산 배분에 의견을 내는가, 협력사 선정에 참여하는가를 물으면 그 조직의 실제 수준이 몇 분 만에 드러납니다. 사명감에 기대는 구조가 바로 사람을 소진시키는 구조입니다.
출처 · 네덜란드·영국 대학 연구자 3인 남극 관광 가이드 인터뷰 연구(7월 하순 여행 매체 소개)
스페인 대학이 지속가능성을 전공 불문 핵심역량으로 옮기고 있다
생태 전환이 직업을 바꾸면서 대학 교육과정을 다시 보게 만들고 있다는 정리가 7월 하순 스페인 매체에 실렸습니다. 유네스코와 유럽집행위원회, 스페인 대학총장협의회를 비롯한 기관들이 환경과 사회, 경제에 관한 지식을 특정 전공 과목이 아니라 모든 학위 과정에 가로질러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는 노동시장에 젊은 세대를 준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논지는 명확합니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환경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며 기후변화, 자원 소비, 평등, 인권, 기업 책임에 관한 결정이 공학과 경제, 건축, 커뮤니케이션, 법, 보건, 관광처럼 서로 다른 분야를 이미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화는 관련 학위를 새로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투자의 환경과 사회 위험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건축가가 효율적이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건물을 설계할 줄 알며, 보건 전문가가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을 알고, 기자와 법률가와 엔지니어가 자기 결정의 결과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따져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행사는 기획과 조달, 시설, 마케팅, 재무가 동시에 움직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이 담당자 한 명의 전문 영역으로 남아 있는 한 실제 운영은 바뀌지 않습니다. 조달 담당자가 조달을 배울 때 이미 배웠고 시설 담당자가 시설을 배울 때 이미 배운 상태여야 조직이 움직입니다. 국내 대학 교육과정에 이런 변화가 반영되기까지는 24~36개월을 봅니다. 개편 주기가 길어 다른 항목보다 시차가 큽니다. 다만 지름길이 있습니다. 현장 실무 교육과 전문 자격 과정은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고, 그쪽에서 먼저 표준 교재를 만들어 두면 대학 과정이 그것을 참조합니다. 조직 안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직무별 교육 모듈을 나누는 것입니다. 조달 담당자용, 시설 담당자용, 홍보 담당자용을 각각 두 시간짜리로 만들고 각 모듈에 그 직무가 실제로 결정하는 항목만 담으면 됩니다. 전 직원을 모아 놓고 하는 두 시간짜리 개론 강의보다 참여율과 효과가 모두 높습니다.
출처 · 유네스코·유럽집행위·스페인 대학총장협의회 등의 교육과정 통합 요구(7월 하순 스페인 매체)
서울이 아시아에서 먼저 들여온 계산기, 그리고 332억이라는 숫자
서울관광재단이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세계도시마케팅협회 2026 연례총회에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컨벤션뷰로와 도시마케팅, 지역관광 관계자 1,900여 명이 모여 데이터 기반 성과관리와 지역사회 협력, 도시마케팅 혁신을 다뤘습니다. 재단은 최근 세계 도시들이 행사 유치 건수와 참가자 수를 넘어 관광과 회의 산업이 지역경제와 시민사회, 도시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쪽으로 성과관리를 넓히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대목은 재단이 이미 갖고 있는 도구입니다. 재단은 2025년 7월 국제회의 파급효과 계산기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쓰고 있습니다. 2010년 이 협회와 관광경제 분석기관이 함께 만든 이 체계는 회의와 컨벤션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를 정량으로 재는 국제 표준 도구이며, 재단은 이를 서울 환경에 맞게 고쳐 한국형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서울의 소비 자료와 방문객 특성을 반영해 갱신하고 있고, 이 계산기로 2026년 상반기 지원 국제회의 40건을 분석한 결과 약 332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왔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번 호에서 확인한 국제 흐름의 핵심이 눈금의 교체였는데, 한국은 그 항목에서 뒤처져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먼저 출발했습니다. 이것이 이번 호에서 가장 중요한 국내 사실입니다. 표준과 인증은 6~18개월 뒤에 도착하는데 계산 도구는 이미 1년 넘게 돌아가고 있고 구체적인 산출값까지 나왔습니다. 이 어긋남이 기회를 만듭니다. 지속가능 운영을 새로 도입해야 할 일로 접근하면 예산 다툼이 되지만, 이미 돌아가는 계산기에 항목을 하나 더 붙이는 일로 접근하면 훨씬 쉽게 통과합니다. 계산기가 이미 참가자 수와 체류 일수, 소비 항목을 갖고 있으니 참가자가 어떻게 오는지와 어떤 숙소에 묵는지만 추가하면 환경 항목의 기본 자료가 갖춰집니다. 여기에 행사 폐기물 발생량을 정산 자료에서 끌어오면 세 축이 완성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경제 효과 숫자만 커지면 더 많이 여는 것이 정답처럼 보입니다. 한 방향으로만 커지는 지표는 반드시 반대편 지표와 짝을 지어야 합니다.
출처 · 서울관광재단 세계도시마케팅협회 2026 연례총회 참가 · 국제회의 파급효과 계산기 아시아 최초 도입(2025년 7월)
대사관 배너가 카드지갑이 되기까지
주한덴마크대사관이 서울시립과학관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강연 시리즈를 열고 있습니다. 대사관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 특별전과 연계해 7월 말부터 한 달간 이어집니다. 첫 순서로 7월 25일 과학관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주제로 한 토크와 업사이클링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대사관 관계자가 덴마크의 디자인 철학과 적용 사례를 소개했고 국내 친환경 디자인 기업 대표가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과 소비 흐름의 변화를 짚었습니다. 이어진 워크숍의 재료가 눈길을 끕니다. 참가자들이 대사관 외교 행사에서 실제로 쓰인 배너와 티셔츠를 재료 삼아 카드지갑과 키링, 배지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순서는 8월 8일 오후 2시 같은 자리에서 열리는 에너지 전환 강연으로, 대사관과 비영리 단체, 덴마크의 해상풍력 기업이 함께 1970년대 석유파동에서 시작된 덴마크의 전환 여정과 해상풍력의 역할, 해상풍력과 생물다양성을 다룹니다. 8월 29일에는 초등학교 5학년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풍력발전기 모형으로 전기를 만들어 미니 전기차를 충전해 보는 체험과 참여형 보드게임이 이어집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프로그램의 값어치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습니다. 행사에서 나온 물건을 다음 행사의 재료로 쓰는 구조를 실제로 보여 줬기 때문입니다. 외교 행사에서 쓴 배너와 티셔츠가 시민 워크숍의 재료가 되는 흐름은 앞서 본 오스트리아 테니스공 회로와 원리가 같습니다. 차이는 규모가 아니라 보이는 정도입니다. 테니스공 회로는 보이지 않는 물류로 굴러가지만 이 워크숍은 참가자가 자기 손으로 그 전환을 만듭니다. 실무로 옮기면 출발점은 행사 잔여물 목록입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 무엇을 쓸지 찾으면 대개 늦고 이미 버려져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배너와 현수막, 유니폼, 전시 집기 가운데 무엇이 몇 개나 남을지 예측표를 만들어 두면 다음 프로그램 기획자가 그 목록을 보고 활용안을 짤 수 있습니다. 다만 정직하게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워크숍은 상징 효과가 크지만 감축량은 작습니다. 배너 몇 장으로 만든 카드지갑이 행사 전체 배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상징 프로그램은 인식을 넓히는 데 쓰고 감축 성과는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출처 · 주한덴마크대사관·서울시립과학관 지속가능성 강연 시리즈(7월 말~8월 말, 전 프로그램 무료)
04. 편집장의 글
① 자를 바꾸면 답이 바뀐다
이번 호를 편집하면서 계속 떠오른 생각은 우리가 무엇을 세고 있는가였습니다. 행사를 평가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건수와 인원을 세어 왔습니다. 세기 쉽고 비교하기 쉬웠으니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자가 답을 미리 정해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자가 건수면 더 많이 여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더 많이 여는 것은 대체로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버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은 언제나 성과와 반대편에 서 있었습니다. 아끼면 성적이 떨어지는 구조에서 아끼자고 설득하는 일은 원래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이번 호에 실린 일본의 정리가 알려 주는 것은 그 자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최 건수 대신 분야별 경쟁력을, 전시장 면적 대신 산업 생태계의 질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순위를 올릴 길이 생깁니다. 독일 연구팀이 보고서 9,000건을 훑고 내린 결론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기업은 조명이 켜진 항목에서만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자는 호소보다 무엇을 재기로 할 것인가라는 결정이 결과를 바꿉니다. 지금 국내 행사 현장에서 아무도 재지 않는 항목이 무엇인지 목록으로 적어 보면, 앞으로 몇 해 동안 개선되지 않을 항목의 목록이 그대로 나옵니다.
② 우리를 재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었다
이번 호에서 가장 뜻밖의 자료는 네덜란드 조사였습니다. 호텔을 예약할 때 지속가능성을 보는 사람이 2%라는 숫자입니다. 3,800명이 넘는 표본에서 나온 값이니 우연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호에 영국 에너지 공급사가 관객에게 축제를 고를 때 전력 방식을 확인하라고 권하는 안내가 실렸는데, 두 자료를 나란히 놓으면 조금 씁쓸합니다. 정보를 주는 쪽은 열심인데 받는 쪽은 지갑을 봅니다. 그렇다고 정보 공개가 헛되다고 결론 내릴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조사는 우리가 누구를 설득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 줍니다. 이번 호를 채운 나머지 소식들을 보면 답이 보입니다. 유럽의 공공조달 규정안, 한국의 2028년 보고 의무, 유럽 축구의 운영 매뉴얼, 국제 연맹의 대회 보고 요구까지 전부 규제와 발주, 후원사라는 세 경로입니다. 지속가능성의 실질적인 수요자는 개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입니다. 그러니 제안서와 기획안의 문장도 바뀌어야 합니다. 관객이 좋아합니다가 아니라, 이 항목이 없으면 내년 입찰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가 지금 시점의 정확한 문장입니다. 부풀린 소비자 수요 전망은 몇 해 뒤 우리 말의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③ 한국은 이 항목에서 늦지 않았다
본지가 매주 하는 일은 대체로 해외에서 먼저 도착한 흐름을 국내에 옮겨 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차 이야기가 잦고, 대개 6개월에서 3년쯤 뒤라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이번 호에는 반대 방향인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서울관광재단이 국제회의 파급효과를 재는 국제 표준 도구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들여와 1년 넘게 돌리고 있고, 올 상반기 40건에 332억 원이라는 숫자를 이미 내놓았습니다. 세계가 이제 막 눈금을 바꾸는 중인데 우리는 새 눈금 하나를 먼저 손에 쥔 셈입니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한가 하면,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자는 제안보다 이미 돌아가는 것에 항목을 하나 더하자는 제안이 언제나 훨씬 쉽게 통과되기 때문입니다. 계산기는 이미 참가자 수와 체류 일수, 소비 항목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오는지와 어디서 묵는지를 더하면 환경 계산의 뼈대가 생기고, 정산 자료에서 폐기물 발생량을 끌어오면 세 축이 완성됩니다. 새 예산도 새 조직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2028년이라는 날짜가 이미 법에 박혀 있으니 준비 기간도 정확히 계산됩니다. 표준은 늦게 오는데 계산기는 먼저 왔다는 이 어긋남이, 올해 국내 실무에서 가장 크게 열려 있는 문입니다.
이 글은 그린이벤트 트렌드 리포트(공개판)의 요약입니다. 각 신호의 ‘전문가 심층 분석(왜 지금인가 · 누가 이기고 지나 · 실행 방안)’은 전체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