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폐기물 — 45만 개가 돌아오게 만든 것은 그릇이 아니라 동선이다
자원순환·폐기물(그린박스 03)에서 국내 지역축제의 발생량은 대부분 한 곳에서 나온다. 먹거리 부스다. 이레 동안 백만 명 단위가 다녀가는 축제에서 국물 그릇과 접시, 젓가락과 컵이 한 사람당 몇 개씩 쓰이고 버려지면 종량제 봉투는 수만 장 단위로 쌓인다. 이 문제가 오래 방치된 이유는 대안을 몰라서가 아니라, 대안을 쓰면 누군가 그릇을 걷고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축제 주최자는 대개 그 일을 맡을 조직이 없고, 부스 상인은 회수와 세척을 떠안을 여력이 없다.
제96회 춘향제가 한 일은 이 일을 통째로 외부 공정으로 떼어낸 것이다. 축제장 전 구간에서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 내보내고, 방문객이 현장 곳곳에 설치된 반납함에 용기를 돌려주면 전문 세척업체가 회수해 세척과 살균을 거쳐 다시 행사장에 공급했다. 상인은 그릇을 받아 음식을 담는 데까지만 관여하고, 방문객은 다 먹은 그릇을 반납함에 넣는 데까지만 관여한다. 이레 동안 이 순환을 돌린 결과가 다회용기 45만 개, 쓰레기 약 35톤 감축이라는 숫자다. 모두 주최 측 집계다.
이 방식에서 실제로 성패를 가르는 지점은 그릇의 소재나 개수가 아니라 반납 동선이다. 회수되지 않은 그릇은 일회용기보다 나쁘다. 만드는 데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갔는데 한 번 쓰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남원시가 반납함을 현장 곳곳에 두고, 야간에는 조명과 LED 안내 장치로 반납 위치를 표시하고, 안내 인력을 배치한 것은 이 위험을 전제로 한 설계로 읽힌다. 특히 야간 표시는 그냥 친절이 아니다. 이 회차는 야간 콘텐츠를 확대한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는데, 밤에 사람이 몰리는 축제에서 반납함이 어두워 보이지 않으면 회수율은 그 시간대부터 무너진다. 낮 기준으로 설계한 회수 동선을 밤에 그대로 두는 것이 국내 축제에서 가장 흔한 누수 지점이다.
한 가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숫자가 있다. 회수율이다. 45만 개를 사용했다는 집계는 몇 개가 나갔는지를 말해 주지만 몇 개가 돌아왔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다회용기 사업의 실질 성과를 판단하려면 회수율과 그릇 하나가 몇 번 재사용됐는지가 함께 나와야 한다. 이 지표를 공개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은 국내 다회용기 논의에서 이미 반복돼 왔다. 첫 회차에 이 숫자가 없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만, 두 번째 회차에도 없다면 그때는 다른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