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event

예술·음악·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 (4~5일, 약 2만 5천 명) · 태국 촌부리주 파타야 인근 '더 필즈' (시암 컨트리 클럽)

원더프룻

Wonderfruit

무대를 오래 쓰려고 짓지 않는다. 대나무와 흙벽돌로 세우고, 끝나면 해체해 다음 해에 다시 쓰거나 땅으로 돌려보낸다. 2022년 매립 폐기물 0퍼센트.

대나무 서까래와 이엉으로 엮은 지붕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이미지는 행사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무료 라이선스 자료 이미지(Unsplash)이며,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닙니다.

GREENBOXES

이 사례가 실천한 그린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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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S

핵심 성과

매립 0%

2022년 회차 현장 폐기물 전량을 재활용·퇴비화·재사용으로 돌렸다고 보고. 재활용이 안 돼 시멘트 킬른으로 넘기는 비재활용 물량도 전년 대비 23퍼센트 줄였다 (주최 측 집계)

2017년 TGO

태국 온실가스관리기구의 탄소중립 인증 취득 연도. 3회차(2017년 2월) 배출은 설영과 에너지를 포함하되 참가자 이동은 제외한 3,775톤으로 산정됐고, 관객 이동분은 이후 1,000톤 이상을 별도로 상쇄했다

3만 2천 그루

2022년 리와일딩 프로그램 시작 이후 행사 부지와 인근 지역에 심은 나무. 첫해 목표가 3만 그루였고 2025년에 5천 그루와 식물 1천 종을 추가했다 (주최 측 집계)

원더프룻은 2014년 12월 시작해 태국 파타야 인근의 '더 필즈'에서 매년 12월에 열리는 예술·음악·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이다. 최근 회차 기준 약 2만 5천 명이 140개국 이상에서 모이고, 2025년 12월에 10주년을 맞았다. 이 행사가 아시아 지속가능 이벤트 논의에서 반복해서 인용되는 이유는 감축 목표치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무대와 공간을 짓는 방식 자체를 바꿨기 때문이다. 40개가 넘는 공간이 대나무와 현지 흙벽돌, 인근에서 수확한 볏짚과 삼 가지, 인근 담배공장에서 걷어 온 30년 된 목재로 세워지고, 행사가 끝나면 구조재는 해체해 다음 해 설치물의 부재로 넘어가거나 그 자리에서 분해돼 식물의 지지대와 곤충의 서식처가 된다. 폐기물 쪽에서는 2022년 회차에 현장 폐기물 전량을 매립에서 돌렸다고 보고했고, 재활용이 안 돼 시멘트 킬른으로 가는 물량도 전년 대비 23퍼센트 줄였다. 음식물과 포장재는 현장에서 퇴비화하고, 행사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아예 없앴으며 코코넛 껍질과 왕겨, 스테인리스로 만든 다회용 컵 라인업을 두고 입점 업체 전원이 퇴비화 또는 다회용 용기 정책을 따르게 했다. 탄소 쪽에서는 2017년 태국 온실가스관리기구(TGO)의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다. 다만 3회차(2017년 2월) 배출량 3,775톤은 참가자 이동을 제외한 값이었고, 이후 관객 이동에서 나오는 배출 1,000톤 이상을 별도로 상쇄하고 참가자용 이동 배출 계산기를 도입했다. 그린이벤트 관점에서 이 사례가 유용한 지점은 임시 구조물을 폐기물 항목이 아니라 자재 순환의 시작점으로 다시 정의한 방식, 그리고 자기 계산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공개한 태도다.

행사 장소 — 오래 남지 않도록 설계한 무대

행사 장소자원순환

행사 장소(그린박스 01)를 검토할 때 대개는 이미 있는 시설을 어떻게 고를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증받은 컨벤션센터를 쓰는지, 대중교통이 닿는지, 주변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지 같은 항목이다. 그런데 야외 부지에서 열리는 행사는 상황이 다르다. 빈 땅에 도시를 하나 세웠다가 며칠 뒤에 걷어내야 하고, 그 세웠다 걷어내는 과정 자체가 이 행사의 가장 큰 물질 흐름이다. 무대와 부스, 화장실과 조명탑은 대부분 합판과 철골, 트러스와 배너로 만들어지고 행사가 끝나면 창고로 가거나 폐기물로 간다. 창고로 간다 해도 다음 해에 같은 규격으로 다시 쓸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더프룻이 택한 전제는 명료하다. 자연 속에 자연의 재료로 지었다면, 그 구조물은 쓰임이 끝났을 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사는 자신들의 방식을 녹아 없어지는 건축이라고 부른다. 오래 버티도록 짓는 대신, 해체하면 부재로 돌아가고 그대로 두면 분해되는 구조를 짓는다. 극단적인 선언처럼 들리지만 실제 운영은 훨씬 실무적이다. 행사가 끝난 뒤 구조재의 일부는 다음 회차 설치물의 부재로 넘어가고, 남은 자재는 덩굴식물의 지지대나 현지 동물의 서식처, 또는 토양의 퇴비가 된다. 2500개의 벽돌이라는 설치물은 지금 곤충과 식물의 서식지가 됐다. 이 행사가 자기 설치물에 요구하는 기준은 환경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차지한 환경에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다.

주 재료는 대나무다. 태국 전역의 열대 지역에서 자생하고 수십 종 가운데 구조적 필요에 맞춰 고를 수 있으며, 목재보다 유연하면서 인장강도가 높아 휘어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 목욕탕 시설인 배스 하우스, 275명이 끊김 없이 이어진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는 시어터 오브 피스츠, 팜 스테이지와 라이좀 콜로니가 모두 대나무 구조물이다. 대나무를 쓰는 이유가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 이 행사의 설명에서 드러난다. 구조물을 분해할 수 있어 자재가 버려지지 않고, 수명이 다하면 생분해되며, 무엇보다 대나무를 다루는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현지 장인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실패도 기록돼 있다. 2018년에 대나무와 재사용 드럼통만으로 지은 첫 배스 하우스는 흰개미가 대나무를 먹어치우면서 다시 설계해야 했다. 이후 판본도 대나무를 구조 부재로 계속 쓰되 구성이 바뀌었다. 국내 행사가 참고할 대목은 여기다. 자연 재료를 쓰겠다는 결정은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유지관리와 안전의 문제를 새로 떠안는 결정이고, 첫해에 문제가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한 번 실패했다고 자재를 되돌리는 대신 설계를 고쳐 가며 같은 재료를 유지한 것이 10년 동안 40개가 넘는 공간을 이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구매·조달·공급망 — 자재를 현장 반경 안에서 구했다

구매·조달행사 장소

구매·조달·공급망(그린박스 02)에서 행사 주최자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폭은 생각보다 넓다. 협력사의 ESG 성적을 평가하는 일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지만, 어떤 자재를 어디에서 사 올지는 기획 단계에서 바로 정할 수 있는 항목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행사에서 이 결정은 디자인이 끝난 뒤 시공사에 넘어가고, 시공사는 가장 익숙하고 빠른 자재를 고른다. 조달 기준이 설계 이후에 붙으면 선택지는 이미 좁아져 있다.

원더프룻은 순서를 뒤집었다. 무엇을 구할 수 있는지가 무엇을 지을지를 정한다. 사례를 늘어놓으면 방식이 보인다. 오픈 키친은 인근 담배공장에서 걷어 온 30년 된 경목재로 지었다. 어스 라운즈는 흙과 물, 왕겨를 섞어 손으로 찍어낸 벽돌을 현지에서 생산해 쌓았고, 배합은 이후 확장을 염두에 두고 다듬어졌다. 리빙 스테이지는 다발로 묶은 삼 가지 5톤으로 세웠다. 2017년 팜 스테이지는 부지에서 17라이 넓이의 찰벼를 직접 심고 수확해 그 볏짚으로 조립했다. 2024년 포비든 프룻은 황마로 만든 거친 삼베로 1킬로미터가 넘는 섬유를 둘렀고, 같은 해 인디고 월드는 염료용 쪽을 현장에 심어 수확한 뒤 공동 염색 워크숍의 재료로 썼다. 2019년 크리처 스테이지의 직물은 방콕 시내 재활용함에서 모은 페트병에서 뽑아낸 실로 짰다. 텐트 장식에는 짐 톰슨 공장에서 나온 재생 실크를 썼다.

여기에 지난해의 자재가 더해진다. 포비든 프룻 시공에는 이전 회차에서 남은 대나무가 들어갔다. 임시 구조물의 자재를 폐기물 항목이 아니라 이월 재고로 다루면 다음 해 조달 계획의 출발점이 달라진다. 국내 행사에서 이 발상이 잘 자리 잡지 않는 이유는 대개 보관 비용과 규격 문제 때문인데, 원더프룻처럼 매년 같은 부지에서 같은 시기에 열리는 행사라면 창고 문제는 훨씬 작아진다. 상설 부지를 확보한 지역 축제가 가장 먼저 검토해 볼 만한 항목이다.

조달 기준을 입점 업체까지 끌고 내려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2년 회차에서는 모든 입점 업체가 퇴비화 가능한 용기 또는 다회용 용기 정책을 따랐다고 보고됐다. 권고가 아니라 전원 적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두 곳이라도 예외가 생기면 현장 분리배출은 그 순간부터 무너진다. 관객은 부스마다 다른 규칙을 기억하지 못하고, 퇴비화 라인에 일반 플라스틱이 섞이면 그 배치 전체가 오염된다. 조달 조건을 통일하는 일은 윤리적 선언이 아니라 후단 처리 공정을 성립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자원순환·폐기물 — 매립 0퍼센트 다음에 남는 항목

자원순환식음료

자원순환·폐기물(그린박스 03)에서 성과 지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매립 전환율이다. 발생한 폐기물 가운데 몇 퍼센트를 매립장 대신 재활용이나 퇴비화, 에너지 회수로 보냈는지를 재는 숫자다. 다루기 쉽고 비교하기 좋지만 함정도 있다. 소각을 전환에 넣으면 숫자가 쉽게 올라가고, 발생량 자체가 늘어나도 비율은 그대로일 수 있다.

원더프룻의 보고가 참고할 만한 것은 이 두 함정을 같이 다뤘기 때문이다. 2022년 회차에서 현장 폐기물 전량을 매립에서 돌렸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재활용이 안 돼 시멘트 킬른으로 넘어가는 비재활용 물량이 전년 대비 23퍼센트 줄었다는 숫자를 함께 실었다. 전환율만 발표했다면 소각 물량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알 수 없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전환율이 처리 경로를 바꿔서 나온 것인지 발생 자체를 줄여서 나온 것인지 구분된다. 음식물과 포장재는 현장에서 100퍼센트 퇴비화하고, 재활용 가능한 물질은 외부 시설로 보낸다. 의료 폐기물은 의료용 소각시설에서 따로 처리한다.

발생 자체를 줄인 조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컵이다. 행사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아예 쓰지 않기로 하고, 원더 컵이라는 다회용 컵 라인업을 코코넛 껍질과 왕겨, 스테인리스 소재로 확장했다. 한 회차에 20만 개의 일회용 컵을 쓰지 않았다는 집계가 있다. 마시는 물 포장도 손봤다. 종이팩을 걷어내고 알루미늄 캔으로 바꿨는데, 이유가 재활용률이었다. 종이팩은 종이와 알루미늄, 플라스틱이 겹겹이 붙은 복합재라 분리가 어렵고 태국의 후단 처리 여건에서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이 낮다. 알루미늄은 회수 경로가 이미 잘 작동하고 재활용해도 물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소재가 친환경인지가 아니라 이 지역의 회수 인프라가 무엇을 실제로 받아 주는지를 기준으로 고른 판단이다. 이 구분은 국내 행사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생분해 소재를 도입해 놓고 해당 지역에 산업 퇴비화 시설이 없어 결국 일반 소각으로 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식음료 — 퇴비화 라인을 성립시키려면 예외가 없어야 한다

식음료구매·조달

식음료(그린박스 06)에서 다회용기와 퇴비화 용기는 서로 다른 해법인데 자주 뒤섞여 쓰인다. 다회용기는 회수와 세척 동선이 있어야 성립하고, 퇴비화 용기는 분리 수거와 처리시설이 있어야 성립한다. 둘 중 어느 쪽도 없으면 두 소재 모두 일반 폐기물로 끝난다.

원더프룻은 두 경로를 모두 깔되 어느 쪽으로 갈지를 품목별로 나눠 정했다. 음료 용기는 다회용으로 간다. 관객이 대나무나 스테인리스 물병을 가져오도록 권장하고, 안 가져온 사람은 현장에서 원더 컵을 산다. 음식 용기는 퇴비화로 간다. 모든 음식이 퇴비화 가능한 식기에 담겨 나오고, 남은 음식과 그 식기가 같은 통으로 들어가 현장에서 함께 퇴비가 된다. 이 설계의 이점은 관객이 판단할 일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손에 든 것이 컵이면 다시 쓰고, 접시면 음식물과 함께 버린다. 분리배출 안내판을 읽어야 맞출 수 있는 규칙은 현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성립 조건은 앞서 본 조달 쪽에 있다. 입점 업체 전원이 같은 용기 정책을 따랐기 때문에 접시와 음식물을 한 통에 받는 운영이 가능해진다. 한 곳이라도 일반 플라스틱 용기를 쓰면 퇴비 배치가 오염되고, 그러면 사람이 일일이 골라내거나 그 물량 전체를 소각으로 보내야 한다. 국내 행사가 다회용기 사업을 도입하고도 성과가 흐릿한 경우를 보면 대개 여기서 갈린다. 참여 업체를 모집 방식으로 정하면 참여율은 절반을 넘기기 어렵고, 절반짜리 분리 라인은 통계상 성과는 남기지만 실제 처리에서는 전량 혼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먹는 자리 자체를 다르게 만든 시도도 있다. 시어터 오브 피스츠는 대나무 돔 아래 275명이 앉는 하나의 원형 테이블이고, 가운데에 붉게 물들인 대나무로 만든 주방이 놓여 요리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를 보게 돼 있다. 지역 식재료와 인근 농가 조달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이 공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역 조달은 운송 배출을 줄이는 조치로만 설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관객이 그것을 경험으로 인지하지 못하면 다음 해 예산 협의에서 가장 먼저 깎이는 항목이 된다. 조달 방식을 공간 설계로 드러내면 그 항목은 비용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된다.

탄소·기후 — 인증을 받았고, 가장 큰 항목은 계산 밖에 있었다

탄소·기후교통·이동

탄소·기후(그린박스 07)에서 탄소중립 선언의 신뢰도를 가르는 것은 상쇄량이 아니라 경계 설정이다. 무엇을 계산에 넣었는지가 총량을 좌우하고, 경계를 좁게 그으면 적은 크레딧으로도 중립이 된다. 그래서 선언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어디까지 셌는지를 적어 둔 문장이다.

원더프룻은 2017년 태국 온실가스관리기구(TGO)로부터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다. 이 행사가 설명하는 절차는 두 단계다. 먼저 내부에서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 총배출을 최대한 낮추고 그 결과를 제3자 검증기관이 확인한 뒤, 남은 양을 크레딧으로 상쇄한다. 상쇄분은 도이뚱 지역의 산림 유지를 맡는 매파루앙 재단으로 갔다.

동시에 이 사례에는 눈여겨봐야 할 공백이 있다. 3회차(2017년 2월) 행사의 배출량은 참가자 1만 명이 닷새를 보내는 동안의 설영과 에너지 사용을 포함해 3,775톤으로 산정됐는데, 여기에 참가자의 이동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관객이 140개국 이상에서 오는 행사에서 항공 이동은 십중팔구 가장 큰 배출원이다. 이 항목을 빼고 낸 총량은 실제 발자국의 일부일 뿐이다. 초기 상쇄도 인도네시아 림바 라야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크레딧 투자로 이뤄졌다.

이후의 보완이 이 사례를 여전히 참고할 만하게 만든다. 주최 측은 관객 이동에서 나오는 배출 1,000톤 이상을 별도로 상쇄했고, 2022년에는 참가자가 자기 이동 배출을 계산해 스스로 상쇄할 수 있는 탄소 계산기를 도입했다. 계산기를 통해 모인 금액도 매파루앙 재단의 도이뚱 산림 유지로 간다.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관객 이동은 주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항목이고, 상쇄는 감축이 아니다. 다만 자기 계산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드러내고 그 항목을 별도 장부로 관리한 것은, 경계를 좁게 그어 놓고 중립을 선언한 뒤 침묵하는 방식보다 낫다. 국내 행사가 탄소중립을 표방할 때도 산정 경계와 제외 항목을 함께 적는 관행이 필요하다. 제외 항목이 없는 보고서는 대체로 잘한 행사가 아니라 좁게 센 행사다.

현장 이동 쪽에서는 방콕과 파타야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행사 기간 내내 무제한으로 쓰는 셔틀 패스를 판다. 부지는 수완나품 공항에서 차로 약 90분 거리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교외 부지에서 열리는 행사가 개별 차량 유입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사실상 셔틀 하나뿐이고, 그 셔틀이 실제로 선택되려면 배차 간격과 요금 구조가 자가용보다 편해야 한다. 기간 무제한 패스는 관객이 하루에 여러 번 오가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요금제다.

에너지·물 — 물은 순환시켰고, 전기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에너지·물

에너지·물(그린박스 04)에서 야외 행사가 가장 흔히 붙잡히는 두 항목이 임시 전력과 물이다. 상설 인프라가 닿지 않는 부지에 며칠짜리 도시를 세우면 발전기와 급수차가 따라 들어오고, 이 둘은 행사 예산과 배출 양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 쪽에서 원더프룻이 택한 방식은 부지에 아예 호수를 만드는 것이었다. 상업용 수준의 여과 설비를 붙여 물을 순환시키는 구조를 갖췄고, 배출되는 오수는 하수로 나가기 전에 처리한다. 부지를 매년 같은 자리에서 쓰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다. 한 번 쓰고 마는 임시 부지였다면 회수 기간이 나오지 않았을 설비가, 10년 넘게 같은 땅을 쓰는 구조에서는 매년 급수차와 오수 처리 비용을 대체한다. 상설 부지 확보가 지속가능성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여기서 드러난다. 부지가 매년 바뀌면 임시 설비만 쌓이고, 부지가 고정되면 인프라를 심을 수 있다.

전기 쪽은 이 사례에서 가장 정직하게 남아 있는 미해결 항목이다. 태양광 무대와 솔라 빌리지처럼 재생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운 공간이 있고 그린피스와 함께 재생에너지 충전소도 운영했지만, 행사 전체의 주 전원은 오랫동안 경유 발전기였다. 주최 측이 밝힌 이유는 이념이 아니라 조달이었다. 필요한 물량만큼의 바이오디젤을 태국에서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급망의 문제인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대목이고, 국내 지역 축제가 임시 전력 계획을 짤 때도 같은 확인이 먼저 필요하다. 어떤 연료나 배터리를 그 지역에서 그 기간에 실제로 조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세운 감축 계획은 대개 행사 두 달 전에 무너진다.

지속가능성 전략 — 성과를 행사 기간 밖으로 밀어냈다

지속가능성 전략행사 장소

지속가능성 전략(그린박스 00)에서 행사의 영향은 보통 개최 기간으로 끊어서 계산된다. 며칠 동안 얼마를 배출했고 얼마를 버렸는지가 성적표가 된다. 이 계산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행사가 그 땅과 지역에 남긴 것이 무엇인지는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

원더프룻은 리와일딩 더 랜드라는 이름으로 이 항목을 따로 세웠다. 2022년에 SUGi와 현지 조림팀 반수안 온손과 함께 부지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그해 2만 그루를 심었고, 3만 그루를 목표로 잡았다. 주최 측 집계로 2025년까지 부지와 인근 지역에 3만 2천 그루가 넘게 심겼고 그해에 5천 그루와 1천 종의 식물이 추가됐다. 이 프로그램의 성격은 상쇄용 조림과 다르다. 크레딧을 사기 위해 먼 곳의 숲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가 매년 밟고 서는 그 땅의 토착 생태계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부지를 고정해서 쓰는 행사만 할 수 있는 방식이고, 그래서 나무가 자라는 속도와 행사의 연차가 같이 간다.

행사 자체를 어떻게 프레이밍했는지도 기록해 둘 만하다. 주최 측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라 사회 운동이라고 말하고, 사람들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명분으로 이곳에 오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지속가능성을 입장 조건이나 계몽 프로그램으로 내세우지 않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로 사람을 모은 뒤 그 안에서 다른 방식이 작동하는 것을 보게 하는 순서다. 초기 3년 동안 손익분기를 넘기지 못했고 5년차 흑자를 목표로 삼았다는 기록도 함께 남아 있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짓는 행사가 처음부터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책임성 쪽에서는 임팩트 리포트를 공개하는 관행을 만들었다. 리포트 제목 자체가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법이라는 문장이다. 국내 행사에서 지속가능성 보고가 정착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좋은 숫자가 나올 때만 발표하기 때문인데, 그러면 발표는 홍보물이 되고 다음 해의 과제를 지목하는 기능은 사라진다. 매립 0퍼센트 옆에 시멘트 킬른 물량 23퍼센트 감소를 같이 적고, 탄소중립 인증 옆에 참가자 이동이 계산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남긴 기록은, 다음 회차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 자리에서 지목한다. 보고서의 쓸모는 성과를 알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과제를 고정해 두는 데 있다.

SOURCES

근거·출처

아래 링크는 새 창에서 열립니다. 수치·사실은 각 출처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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