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장소 — 축제가 땅을 사고, 30년을 심었다
행사 장소(그린박스 01)에서 축제가 부지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대개 좁다. 대부분의 축제는 며칠을 빌려 쓰고 나온다. 잔디를 상하게 하지 않는 것, 나무 밑동을 보호하는 것, 끝난 뒤 원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부지의 상태를 여러 해에 걸쳐 좋아지게 만드는 일은 임차인의 권한 밖에 있다. 그래서 축제와 장소의 관계는 언제나 훼손을 얼마나 줄였는가로만 이야기된다.
우드포드 포크 페스티벌은 이 관계 자체를 바꿨다. 1987년 3월 말레니 쇼그라운드에서 900명으로 시작한 이 축제는 8년 만에 5만 명 넘는 관객을 받게 됐고, 1993년에는 부지를 감당할 수 없어 새 집을 찾아야 했다. 주최 단체는 다른 장소를 빌리는 대신 1994년 우드포드의 240에이커 낙농장을 샀다. 비영리 지역 단체가 축제 부지를 소유하는 방식은 호주에서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었다. 부지를 산 뒤 16주 동안 이들이 한 일의 목록이 이 결정의 성격을 보여 준다. 16메가리터 댐과 물탱크와 정수장을 짓고, 지하 상수관과 2킬로미터의 하수관을 묻고, 도로 기층용 골재를 직접 캐 6킬로미터의 도로를 놓고, 각 공연장까지 지하 통신선을 넣고, 교량과 편의시설 네 동을 세웠다.
그 다음이 30년짜리 작업이다. 낙농장으로 쓰이면서 황폐해진 목초지에 아열대 우림 수종을 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10만 그루와 600종이 들어갔다. 그늘을 만들어 방문객의 건강과 편의를 지키고, 야생동물 이동 통로를 만들고, 토양을 개선해 침식을 막는 것이 이 식재 사업의 목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 지역 고유의 희귀·멸종위기 종을 적극적으로 심고, 고유종이 아닌 나무는 의례용이나 악기용 목재로만 허용한다. 2009년 이래 사이카드와 양치류와 야자만 700그루 넘게 심어 사라진 하층 식생을 되살렸고, 들고양이와 들개와 멧돼지 같은 외래종을 부지에서 배제하며, 제초제는 잡초 방제와 어린나무 생육에 꼭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행사 전 14일 동안은 사용을 중단한다. 지금의 우드포디아는 500에이커 규모의 문화 파크랜드가 됐고, 2019년에는 자연 여과 방식의 수영 호수를 열어 어류와 갑각류 16종과 8,000그루가 넘는 수생식물을 들였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나무의 수가 아니라 순서다. 부지를 소유했기 때문에 심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심어야 할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에 부지를 소유하는 쪽을 택했다. 축제 규모가 커질수록 감당할 장소가 없어지는 문제는 국내 축제도 똑같이 겪는다. 이때 통상적인 해법은 더 큰 장소를 빌리는 것이고, 그러면 그 장소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원상복구로 좁아진다. 임차와 소유 사이에 국내에서 시도해 볼 만한 중간 지점이 있다. 같은 부지에서 여러 해 여는 축제라면 지자체와 다년 사용 협약을 맺고 그 대가로 부지 개선을 축제가 맡는 방식이다. 매년 사용 허가를 새로 받는 구조에서는 아무도 나무를 심지 않는다. 심어도 그 나무가 다음 해에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