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RENDS · 2026-W33 · 8월 2주차 · 2026년 8월 10일
배출의 82%는 무대 밖에 있었다 — 관객이 타고 온 비행기, 그리고 한 번 쓰고 버린 1,229톤
이번 호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무대 밖입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올해 월드컵을 계산해 보니 대회 전체 배출 423만 톤의 82%가 관객이 타고 온 교통편이었고, 국제선만 307만 톤이었습니다. 발전기를 바꾸고 컵을 바꾸는 일은 전부 나머지 18%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던 셈입니다. 같은 달 영국에서는 반대편에서 같은 결론에 닿은 자료가 나왔습니다. 관객 이동을 빼면 자재가 전체의 27%로 뛰어오르고, 주최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배출만 보면 31%가 자재입니다. 789개 행사에서 한 번 쓰고 버린 자재가 1,229톤, 처리비만 50만 파운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에는 한국이 유난히 자주 등장합니다. 저수율 30.4%에 물 축제를 열 것인가를 두고 사흘을 다툰 밀양, 얼음이 얼지 않아 겨울 축제를 3년 연속 접은 인제, 대표 축제를 취소하고 2027년 새 축제를 준비하기로 한 상주. 반대로 국제회의의 성적표를 개최 건수에서 지역에 남는 것으로 옮기자는 제안도 같은 주에 국내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이번 주 핵심 (THIS WEEK POINT)
이번 호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무대 밖입니다. 행사가 환경에 남기는 것을 말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무대와 경기장 안을 봐 왔습니다. 발전기를 바꾸고 조명을 바꾸고 쓰레기를 나누는 일입니다. 그런데 올해 월드컵을 계산한 연구가 나오면서 그림이 뒤집혔습니다. 대회 전체 배출의 82%가 관객이 타고 온 교통편이었고, 그중 국제선만 300만 톤이 넘었습니다. 같은 달 영국에서는 반대편에서 같은 결론에 닿은 자료가 나왔습니다. 관객 이동을 계산에서 빼면 자재가 전체의 27%로 뛰어오르고, 주최자가 직접 손댈 수 있는 범위만 보면 31%가 자재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린 자재의 처리비만 5억 원 가까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에는 한국이 유난히 자주 등장합니다. 기후는 이미 도착했고 잣대는 지금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 큰 항목과 통제 가능한 항목을 나눠 다뤄야 한다 — 관객 이동은 설계와 유인으로(마케팅에 가깝다), 자재는 조달과 재사용으로(구매에 가깝다). 환경 담당자 한 명을 두는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
- 기후는 이미 우리 일정표 안에 있다 — 저수율 30%의 물 축제, 3년 연속 취소된 겨울 축제, 한 해를 비우고 새로 설계하기로 한 축제. 지금 가장 값이 높은 준비는 ‘취소 기준선 문서’다.
- 잣대를 바꾸자는 말이 국내에서 먼저 나왔다 — 국제회의 성적표를 경제 효과·운영 생산성·지속가능성과 레거시 세 축으로 옮기자는 제안, 그리고 민간 주도 첫 행사 유산 기록집.
01. 이번 호 핵심 신호
82%는 관객이 타고 온 비행기였다 — 그리고 후원사는 그보다 네 배였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대형 행사를 기후 관점에서 평가하는 틀을 만들어 학술지에 실었습니다. 올해 끝난 월드컵과 한 대형 밴드의 2024년 유럽 순회공연을 대상으로, 관객이 얻는 즐거움과 배출이 만드는 피해를 같은 돈 단위로 놓고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계산 결과 48개국 체제로 커진 이번 대회의 총배출은 423만 톤이었고 32개국 시절보다 59만 톤 늘었습니다. 아이슬란드 한 나라의 1년 배출과 맞먹는 양입니다. 이 가운데 82%가 관객 이동이었고 국제선만 307만 톤이었습니다. 기후 피해 비용을 관객에게 그대로 물리면 경기 입장권 한 장에 평균 114달러가 붙습니다. 같은 틀을 순회공연에 적용하면 한 장에 11달러였는데, 그 공연이 실제로 이동 배출을 48% 줄인 경로가 흥미롭습니다. 줄어든 몫의 98%가 관객이 스스로 이동 수단을 바꾼 데서 나왔습니다. 저탄소 교통편을 비교해 주는 앱과 친환경 이동에 붙인 상품 할인이 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연구진은 개최 도시를 고를 때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것, 저탄소 이동에 할인을 주는 것, 배출 비용을 입장권 등급에 따라 다르게 붙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이탈리아의 한 매체는 대회가 끝난 뒤 나온 독립 연구를 함께 정리했는데, 그 연구는 배출 집약도가 높은 후원사 네 곳에 연결된 배출이 4,200만 톤으로 대회 자체의 네 배가 넘는다고 계산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금까지 국내 축제와 대형 행사의 환경 계획은 대부분 행사장 안을 다뤘습니다. 관객이 어떻게 오는지는 교통 대책의 문제였지 환경의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계산은 그 구분이 틀렸음을 숫자로 보여 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손댈 수 있는 항목이라는 사실입니다. 순회공연 사례에서 줄어든 몫의 98%가 관객의 선택에서 나왔다는 것은, 관객의 선택을 설계할 수 있으면 배출의 대부분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입장권을 팔 때 어디서 오는지와 무엇을 타고 오는지 두 가지만 물어도 계산의 뼈대가 생깁니다. 여기에 시외버스와 철도 연계 할인, 주차 요금 차등을 붙이면 유인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계산을 요구받는 시점은 국제 대회를 국내에 유치할 때가 가장 빠릅니다. 지금부터 6~12개월 안에 제출 서류에서 마주하게 될 항목입니다. 다만 인용할 때 조심할 대목이 있습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두 사례 모두 얻는 것이 기후 비용보다 컸다는 것이고, 연구진 스스로 계산이 뒤집힐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유리한 문장만 떼어 오면 정직하지 않은 인용이 됩니다.
출처 ·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대형 행사 기후 평가 틀(학술지 게재) — 월드컵 총배출 423만 톤·이동 82% · 후원사 연결 배출 독립 연구(4,200만 톤)
한 번 쓰고 버린 1,229톤 — 행사 자재의 청구서가 처음 계산됐다
영국의 행사 지속가능성 전문 기관이 자재만 따로 들여다본 자료의 첫 편을 7월에 공개했습니다. 2025년 한 해 789개 행사에서 기록된 6,400건 넘는 자재 입력값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첫 결론은 통념을 뒤집습니다. 자재는 이동에 비해 부차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관객 이동을 빼면 자재가 전체 배출의 27%로 올라서고 직원 이동까지 빼면 주최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배출의 31%가 됩니다. 손댈 수 있는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덩어리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 결론은 돈입니다. 한 번 쓰고 버려진 자재의 무게가 1,229톤이었고, 영국 정부 기준 처리비를 톤당 292파운드로 잡으면 처리비만 50만 파운드에 가깝습니다. 며칠 쓰려고 만들고 옮기고 다시 버리는 데 들어간 예산입니다. 세 번째 결론은 품목 지목입니다. 행사 시공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는 자재는 카펫이었고 행사용 카펫의 78%가 한 번만 쓰였습니다. 그래픽 항목에서는 일반 배너가 총배출 1위였습니다. 전체 자재의 84%가 대여도 재사용도 재활용 원료도 아닌 새로 만든 물건이었고, 행사 한 건당 평균 2.7톤의 새 자재가 반입됩니다. 기관은 덜 쓰기, 영리하게 설계하기, 행사가 끝나기 전에 그 물건의 다음 생을 미리 정해 두기라는 세 원칙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자료가 국내에서 특히 쓸모 있는 이유는 환경 논리와 예산 논리가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환경 제안은 대개 돈이 더 든다는 반론을 넘어야 했습니다. 자재는 다릅니다. 덜 쓰면 제작비도 운송비도 처리비도 함께 줄어듭니다. 그리고 카펫과 배너라는 두 품목을 이름으로 지목한 것이 실무적으로 큽니다. 어디부터 손대야 하느냐는 질문은 지금까지 답이 없어 시작 자체를 막아 왔는데, 이제 답이 생겼습니다. 국내 전시·행사 현장에서도 이 두 품목은 정확히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당장 만들 수 있는 것은 자재 대장입니다. 품목과 수량, 무게, 새것인지 여부, 행사 후 처리 방식 다섯 칸이면 충분하고, 여기에 처리비 단가를 곱한 금액 열을 하나 더하면 결재권자가 읽는 문서가 됩니다. 환경 보고서가 아니라 원가 보고서의 얼굴로 올라가야 통과됩니다. 국내에 이 자료 요청이 오는 가장 빠른 경로는 대기업 후원과 공공 발주입니다. 발주처가 자기 공시 자료를 채우려면 협력사의 자재 자료가 필요해지므로 6~12개월 안에 질문이 옵니다. 다만 금액은 영국 단가라 국내 처리비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출처 · 영국 행사 지속가능성 전문 기관 자재 분석 1편(2025년 789개 행사·자재 입력값 6,400건 이상, 7월 공개)
환경 한 축이 세 축으로 — 회의산업의 잣대가 다시 그려졌다
싱가포르가 회의·전시산업 지속가능성 로드맵의 두 번째 판을 7월 30일 공개했습니다. 통상산업부 정무장관이 자국 회의산업 포럼 개막식에서 발표했고 관광청과 업계 협회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2022년에 나온 첫 판이 환경 하나에 집중했다면 이번 판은 환경·사회·경제 세 기둥으로 넓혔습니다. 각 기둥에 기한이 붙은 것이 특징입니다. 환경에서는 2028년까지 전용 회의시설을 위한 탈탄소 틀을 만들고 2050년 순배출 영점을 목표로 삼습니다. 사회에서는 2027년까지 협력사와 주최자가 함께 일하는 틀을, 2028년까지 산업 사회영향 실행서를 만듭니다. 경제에서는 2028년까지 지속가능성 도입의 사업 타당성 연구를 수행합니다. 관광청 담당 임원은 측정 가능한 목표를 산업에 제시하는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라며,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회의 목적지는 환경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기업에도 지속되는 가치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주 브라질에서도 방향이 같은 정리가 나왔습니다. 브라질 기업행사 협회가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출장산업 총회를 분석해 2027년을 이끌 다섯 흐름을 꼽았는데, 그 셋째가 지속가능성이 이제 운영 효율과 경쟁력, 곧 사업 성과로 측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속가능성을 환경 한 축으로 좁혀 두면 언제나 비용 항목으로 남고, 비용 항목은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잘립니다. 이번 개정이 겨냥한 지점이 그것입니다. 사회와 경제를 같은 틀에 넣으면 지역사회 성과와 사업 성과가 함께 계산되고, 그러면 예산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서로 다른 대륙의 두 조직이 같은 달에 같은 방향으로 잣대를 고쳤다는 사실이 이 흐름의 무게를 말해 줍니다. 국내 상황과 견주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개별 컨벤션센터의 인증은 늘었지만 도시나 국가 단위로 묶인 공통 지표는 아직 없습니다. 국가 차원의 로드맵은 정책 결정이 필요해 18~36개월을 봐야 하지만, 개별 도시 차원의 채택은 훨씬 빠를 수 있습니다. 국제 협회가 개최지를 고를 때 이 항목을 배점으로 넣는 속도가 6~12개월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값이 높은 일은 사회와 경제 축의 지표를 처음 정의하는 것입니다. 사회는 지역 협력사 조달 비율과 접근성 좌석 비율처럼 셀 수 있는 항목으로, 경제는 참가자 지출의 지역 귀속 비율로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목표에 연도를 붙이는 것도 그대로 배울 대목입니다. 연도가 없는 목표는 선언으로 끝납니다.
출처 · 싱가포르 회의·전시산업 지속가능성 로드맵 2판(7월 30일 공개) · 브라질 기업행사 협회 2027년 5대 흐름 분석
국제 학회를 시험대로 삼다 — 음식물 쓰레기 인증에 도전하는 첫 사례
말레이시아 동부 사라왁주의 기업행사 진흥기구가 7월 말 쿠칭에서 열린 국제 고분자 학회를 무대로 매립 음식물 쓰레기 영점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나흘 동안 800명 넘는 참가자가 모인 학회를 실제 시험대로 삼아, 음식물 쓰레기 관리를 대규모 국제 학술행사에 넣어도 참가자 경험이 나빠지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겨냥하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의 예방과 전환량을 재는 국제 인증이고, 동말레이시아 기업행사 부문에서 이 인증을 목표로 한 첫 시범 사업이라고 기구는 설명했습니다. 실행은 현지 화학회와 컨벤션센터, 호텔, 지역 학회 운영사가 함께 맡았습니다. 적용 범위는 두 행사장 모두이고 조치는 메뉴 설계와 제공량 관리, 식품 안전 기준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의 잉여 식자재 회수에 걸칩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검증 설계입니다. 모든 단계를 모니터링 플랫폼에 기록하고 외부 기관이 독립적으로 평가하며, 그 결과를 학회가 끝난 뒤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기구 대표는 인증을 받으면 대규모 기업행사에도 음식물 쓰레기 관리가 성공적으로 들어갈 수 있음이 증명되고 앞으로 열릴 학회들이 따라 할 실무 모형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음식은 행사 배출에서 이동과 자재 다음가는 항목이면서 가장 늦게 손대는 항목입니다. 참가자 만족도와 직결돼 있어 줄이자는 제안이 서비스 저하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범 사업이 영리한 지점이 여기입니다. 참가자 경험을 해치지 않고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를 사업 목표로 못박았습니다. 학술 행사를 고른 것도 계산된 선택입니다. 연구자들이 모이는 자리라 측정과 검증이라는 언어가 자연스럽게 통하고 참가자 스스로 관찰자가 됩니다. 국내에서 곧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행사 케이터링의 잔반 계근입니다. 식사 회차별로 준비량과 잔반량을 저울로 재고 기록하는 것만으로 첫 자료가 쌓이고, 메뉴 설계와 제공량 조정을 붙이면 두 번째 행사에서 줄어든 양이 나옵니다. 다만 배울 핵심은 조치가 아니라 검증 구조입니다. 기록하고 외부가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한다는 세 단계를 처음부터 설계에 넣어야 그 자료가 나중에 쓰입니다. 국제 학회는 개최지를 바꿔 가며 열리므로 앞선 개최지의 관행이 다음 개최지의 요구가 됩니다. 국내 유치를 준비하는 학회라면 6~12개월 안에 같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출처 ·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기업행사 진흥기구 매립 음식물 쓰레기 영점 시범 사업(7월 말 쿠칭 국제 고분자 학회, 참가자 800명 이상)
행사가 서 있는 날씨가 바뀌었다 — 스페인의 산불 20배, 한국의 42.5도
야외 행사의 전제 조건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자료 두 건이 같은 열흘 안에 나왔습니다. 하나는 기후 귀속 연구 조직의 신속 분석입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덮친 대형 산불에 대해, 불이 크게 번지도록 만든 기상 조건이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최소 두 배, 스페인에서는 최소 20배 더 발생하기 쉬워졌다고 계산했습니다. 연구진은 이것도 보수적인 추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기후에서는 프랑스 남서부에서 이런 규모의 산불이 약 20년에 한 번, 스페인 중부에서는 약 6년에 한 번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비가 많은 겨울 뒤에 건조한 봄이 오면 자란 식생이 그대로 마르며 연료가 된다는 설명도 붙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폭염입니다. 태국의 한 매체는 한국이 122년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2.5도를 기록했고 최소 16명이 숨졌으며, 정부가 20개 넘는 지역에 폭염 경계를 발령하고 해당 구역의 모든 야외 활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상당국 자료로 한국의 연간 폭염일수는 최근 5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어 연평균 19일이 됐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금까지 행사와 환경의 관계는 우리가 기후에 무엇을 하는가였습니다. 이 두 자료는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기후가 우리 행사에 무엇을 하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감축 논의보다 훨씬 빠르게 손익에 닿습니다. 야외 행사가 취소되면 그날 매출이 사라지고 보험료가 오르고 다음 해 유치와 후원 협상이 어려워집니다. 이 항목은 시차를 논할 자리가 아닙니다. 42.5도라는 기록과 야외 활동 중단 권고는 올여름 한국의 실제 상황입니다. 남은 것은 제도의 도착입니다. 행사 인허가와 안전관리 계획에 폭염 기준이 정식 항목으로 들어오고 취소 결정의 기준선과 보상 규정이 마련되기까지 12~24개월을 봅니다. 그 사이에 결정은 매년 반복해서 내려져야 합니다. 지금 가장 값이 높은 준비는 취소 기준선 문서입니다. 몇 도에서 프로그램을 줄이고 몇 도에서 야외 무대를 접고 어떤 조건에서 전면 취소하는지를 숫자로 미리 적어 두는 일입니다. 이 문서가 없으면 결정은 매번 행사 직전의 압력 아래서 내려집니다. 다만 취소 비용은 대개 소상공인 부스와 일용 인력이 먼저 떠안습니다. 기준선을 만들 때 보상 규정을 함께 넣지 않으면 안전 대책이 약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장치가 됩니다.
출처 · 기후 귀속 연구 조직 신속 분석(프랑스 2배·스페인 20배) · 한국 관측 사상 최고 42.5도, 연평균 폭염일수 19일
02. 인증·표준 워치 — 무엇이 그린워싱과 진짜를 가르는가
탄소 계산의 공통 문법이 1년 미뤄졌다 — 그리고 새 잣대는 ‘예산’을 꺼냈다
탄소 계산의 국제 규칙이 같은 주에 두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하나는 지연입니다. 온실가스 회계 기준을 만드는 국제 연합체와 국제표준화기구가 7월 29일 공동 기준의 진행 상황을 발표하면서, 새 기준안 공개와 의견수렴 개시를 2027년 2분기로, 최종 제정을 2028년 4분기로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두 기관은 앞서 직접 배출과 전력 사용 배출, 공급망 배출의 각 기준을 하나로 묶은 공통 기준을 2027년 안에 내놓겠다고 예고했었으니, 이번 발표로 1년가량 밀린 셈입니다. 이유는 전기 사용에 관한 산정 방식 개정에서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신설입니다. 국제표준화기구가 탄소중립 전략을 규율할 새 표준의 초안을 8월 10일까지 공개 의견수렴에 부쳤는데, 그 중심 개념이 조직 단위 탄소 예산입니다. 지금까지 탄소중립 주장은 배출한 만큼 어딘가에서 상쇄했다는 뺄셈이었는데, 예산 개념은 애초에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하는 방식입니다. 제정되면 기업 기후 정책의 논리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프랑스 지속가능 금융 전문 매체의 평가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행사 배출 계산에서 전기는 회계상 가장 까다로운 항목입니다. 재생에너지 계약 전력을 어떻게 인정할지, 인증서 구매를 어디까지 줄인 것으로 볼지에 따라 같은 행사의 배출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 규칙 개정이 막힌 채 1년 밀렸다는 것은, 앞으로 1년 반 동안 계산 방식이 조직마다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기다려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늦어진 것은 공통 문법이지 요구 자체가 아니고, 발주처와 후원사의 자료 요구는 규칙과 무관하게 이미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계산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계산의 근거를 남기는 것입니다. 행사 한 건마다 전력 사용량의 원자료와 계약 형태, 인증서 구매 여부를 따로 적어 두면 규칙이 바뀌어도 다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종 숫자 하나만 남기면 규칙이 바뀌는 순간 그 숫자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탄소 예산 개념은 축제 단위로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 축제가 쓸 수 있는 배출 총량을 먼저 정하고 프로그램을 그 안에서 짜는 방식은, 지금까지의 감축률 목표보다 기획 회의에서 훨씬 강한 제약으로 작동합니다. 국내 상장사 지속가능성 공시가 2028년부터 의무가 되는 일정과 국제 기준 확정 시점이 같은 해에 걸린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출처 · GHG 회계 국제 연합체·ISO 공동 기준 일정 발표(7월 29일, 최종 제정 2028년 4분기) · ISO 탄소중립 전략 새 표준 초안 의견수렴(~8월 10일)
박물관이 회의장이 될 때 무엇을 묻는가 — 네덜란드가 쓰는 행사장 인증
네덜란드의 한 야외 박물관이 기업 행사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정리한 인터뷰가 8월 초 현지 행사업계 매체에 실렸습니다. 44헥타르 규모의 부지와 식물원을 가진 데다 유럽 자연보전 지역 안에 있어 자연 관리가 기본으로 들어가지만, 이 기관이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그보다 넓습니다. 소장품과 그것이 전하는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넘길 수 있게 유지하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담당자는 멈춰 선 박물관은 가치를 잃는다며 건물과 프로그램과 경영 전반에서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순환성은 이 기관에서 새 개념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으로 다뤄집니다. 부지에서 나온 목재를 재사용해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고 거기에 필요한 나사는 자체 대장간에서 만드는 식입니다. 기업 시장 쪽 대응이 이번 사례의 핵심입니다. 공공과 준공공 기관 고객이 많아 지속가능성 목표를 충족해야 하는 발주처를 자주 상대하는데, 이 기관은 숙박·시설 부문 국제 친환경 인증의 최상위 등급을 다시 받았고 올해는 회의·행사 장소를 대상으로 하는 독립 품질 인증도 새로 취득했습니다. 이 인증은 지속가능성과 안전, 순환성, 접객, 시설 품질을 함께 봅니다. 담당자는 인증이 있으면 발주처가 신뢰하고, 그래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담당자의 마지막 말이 인증의 진짜 효용을 정확히 짚습니다. 인증이 있으면 설명이 줄어듭니다. 지속가능성 조달은 발주처와 공급자 양쪽 모두에게 비용이 큽니다. 발주처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공급자는 매번 처음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인증은 그 확인 비용을 한 번에 처리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행사 장소 전용 인증이 별도로 존재하고 시장에서 통용된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와 큰 차이입니다. 국내에는 이런 층의 인증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아 시장 형성까지 18~36개월을 봅니다. 반면 공공기관 행사 발주에 장소의 환경 인증 여부가 배점으로 들어오는 시점은 6~18개월로 더 빠릅니다. 국내 문화시설에 곧바로 제안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대관 안내 자료를 발주처가 읽는 언어로 다시 쓰는 것입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많은데 정리하지 않았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재생에너지 계약 여부, 다회용기 운영, 폐기물 분리 체계, 접근성 설비, 대중교통 접근성을 항목으로 정리하고 각각에 숫자를 붙이면 제안서의 절반이 됩니다. 인증 취득은 그다음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비용만 쓰고 시장에 닿지 못합니다. 다만 목재 재사용 같은 이야기는 서사로는 좋아도 실제 감축량은 작다는 점을 함께 밝혀야 나중에 곤란해지지 않습니다.
출처 · 네덜란드 야외 박물관 기업행사 시장 대응 인터뷰(8월 초 현지 행사업계 매체) — 회의·행사 장소 대상 독립 품질 인증 신규 취득
03. 축제·이벤트 현장 적용 + 한국에 올까?
플라스틱을 없애는 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 해조류 포장에서 리필까지
미국의 공연산업 전문 매체가 7월의 플라스틱 없는 달을 맞아 공연장과 투어, 페스티벌이 실제로 쓰고 있는 대체재를 취재해 정리했습니다. 등장하는 해법이 서로 다른 층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첫째는 소재 교체입니다. 화장품 회사에서 플라스틱 포장 엔지니어로 일하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만든 해조류 기반 포장재는 처음에 마라톤 급수대의 페트병을 대체하는 데서 출발해, 지금은 대형 급식 사업자 네 곳과 손잡고 큰 경기장과 공연장에 들어가 있습니다. 창업자는 이 흐름이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퍼진다고 봅니다. 미세플라스틱과 건강 문제는 정치 성향 전체가 동의하는 주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공연 요구사항 문서에 친환경 항목을 적어 오기 시작하면서 대체재를 갖춘 공연장이 유치에 유리해졌다고 덧붙입니다. 둘째는 재료의 재발견입니다. 인도 시장에서 야자잎을 눌러 접시를 만드는 광경을 보고 창업한 회사는 지금 낙엽 야자잎과 자작나무로 만든 일회 식기를 수백 곳 공연장에 공급하며, 친환경 제품이 두 배 비싸고 절반만 좋다는 인식을 깨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셋째는 행동 설계입니다. 한 비영리 단체가 물병 회사와 함께 11년째 운영하는 리필 프로그램은 관객이 빈 텀블러를 가져와 무료 급수대에서 채우게 하고 한정판 투어 병은 기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회용 물병 약 500만 개를 없앴고 기부금 640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이 단체 공동창업자의 정리가 인상적입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를 제시하면 사람들은 전무를 고른다는 것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기사가 보여 주는 것은 대체재 시장이 이미 실험 단계를 지났다는 사실입니다. 대형 급식 사업자가 공급망에 넣었다는 것은 조달 단가와 물류가 정리됐다는 뜻이고, 그러면 개별 행사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기본값이 바뀝니다. 그리고 아티스트 요구사항 문서라는 경로가 특히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이 방향을 밀어붙이는 힘은 규제와 발주처였는데 여기에 출연자라는 세 번째 경로가 생겼습니다. 규제보다 빠르고 발주처보다 구체적인 힘입니다.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을 통해 이미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 곧바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세 번째 층인 행동 설계입니다. 소재를 바꾸려면 예산과 조달이 필요하지만 텀블러 반입 허용과 무료 급수대 설치는 규정 한 줄과 설비 몇 대로 시작됩니다. 여기에 한정판 텀블러 판매를 붙이면 비용이 아니라 수익 항목이 됩니다. 다만 대체 소재는 폐기 경로가 갖춰져 있을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퇴비화 가능 식기를 쓰고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줄어드는 것은 거의 없고 비용만 늘어납니다. 국내 다수 지역에 행사 규모의 퇴비화 처리 시설이 없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 인용문은 방법론에 대한 조언으로도 읽힙니다. 완전한 계획을 제시하면 채택률이 떨어집니다.
출처 · 미국 공연산업 전문 매체 ‘플라스틱 없는 달’ 대체재 취재(해조류 포장·야자잎 식기·11년차 리필 프로그램)
버스 정류장이 반환기가 됐다 — 나흘 행진이 시험한 보증금 회수
네덜란드에서 나흘 동안 이어지는 대규모 도보 행진 행사에 보증금 용기 전용 회수 시설이 처음 설치됐습니다. 행진 경로를 따라 네 곳의 버스 정류장을 개조해, 참가자와 방문객이 빈 보증금 병과 캔을 놓고 갈 수 있는 지점으로 바꿨습니다. 정류장에는 눈에 띄는 입체 구조물과 거치대가 설치됐습니다. 운영 주체는 이 방식이 길에 버려지거나 일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보증금 용기를 줄이고, 행사장을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재활용으로 보내는 물량을 늘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심에서 함께 열리는 축제 기간에는 추가 회수 지점도 운영합니다. 한 광장에는 병과 캔 100개를 한꺼번에 넣을 수 있는 대용량 기계를 두고 다른 두 곳에서는 낱개 반환을 받으며, 회수 지점 위치는 안내 지도로 공개됩니다. 운영 책임자의 설명이 이 설계의 논리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쉬우면 사람들이 더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형 행사에서는 길에 버려지거나 쓰레기통에 들어갈 빈 용기를 모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짚으면서, 경로를 따라 한곳에 모아 두면 수거하는 사람들이 쉽게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행사와 도심 축제를 통해 약 10만 개의 빈 용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사례의 핵심은 새 설비를 짓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경로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며칠간 다른 용도로 쓴 것입니다. 행사 폐기물 대책이 늘 부딪히는 문제가 임시 설비의 비용과 설치·철거 부담인데, 기존 도시 시설을 잠시 빌리는 방식은 그 부담을 거의 없앱니다. 그리고 회수 주체를 참가자로 한정하지 않은 설계가 특히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빈 용기를 모으는 사람들이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모아 둔다는 발상은, 폐기물 처리를 자원 순환과 지역의 비공식 경제 양쪽에 동시에 연결합니다. 국내에는 음료 용기 보증금 제도가 아직 전면 시행되지 않아 이 형태가 그대로 도착하기까지 24~36개월을 봅니다. 다만 원리는 지금도 옮길 수 있습니다. 다회용기 반환 지점을 행사 동선의 기존 시설에 배치하는 방식은 제도와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실무 조언은 단순합니다. 회수 지점을 행사장 안에 두지 말고 동선에 두라는 것입니다. 참가자는 행사장을 나선 뒤에 빈 용기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위치가 어디인지 실제로 걸어 보며 확인하는 것이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회수량 목표를 미리 밝히는 것도 배울 대목입니다. 목표를 밝히지 않은 사업은 성과도 남지 않습니다.
출처 · 네덜란드 나흘 도보 행진 행사 보증금 용기 회수 시설 최초 설치(버스 정류장 4곳 개조, 회수 목표 약 10만 개)
축제의 진짜 혁명은 공동체다 — 2,900개를 세어 본 대답, 도시로 흩어진 30주년
축제를 성장이 아니라 공동체의 관점에서 다시 보려는 논의 두 건이 같은 열흘 안에 나왔습니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사회 분야 매체가 자국 축제 지도를 만들어 온 기획자와 나눈 인터뷰입니다. 2017년에 시작한 이 지도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이탈리아와 인접 지역의 문화 축제 약 2,900개가 등재돼 있고 지난 한 해 실제로 열린 것은 2,200~2,300개였습니다. 올해 낸 안내서는 내륙과 산간,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 100개를 따로 정리했습니다. 기획자의 분석은 두 갈래입니다. 축제가 문화 기관이 드문 나라에서 그 자리를 대신하는 가볍고 유연한 장치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정치 이전에 시민적 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서를 하나 답니다. 축제의 성공은 지속가능해야 하며 관객이 과도하게 늘면 그것을 품는 지역 공동체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며칠 뒤 호주에서는 그 단서를 실제로 겪은 축제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8월 폭우로 행사장이 진창이 되고 천막에 전기가 끊겨 사흘 일정 가운데 이틀을 취소했던 한 문학 축제가, 30주년을 맞아 기존 행사장을 떠나 도시 전체로 흩어지기로 했습니다. 서핑 클럽과 호텔, 극장, 갤러리, 야외 천막, 무료 해변 무대를 오가는 구성이고 한 공원을 거점으로 삼아 장터와 음악, 무료 프로그램을 배치해 입장권을 사 본 적 없는 사람들도 들어올 수 있게 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이야기를 겹쳐 놓으면 축제 지속가능성의 두 얼굴이 보입니다. 이탈리아 쪽은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말합니다. 관객이 너무 늘면 지역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방문객 수를 성과로 삼아 온 국내 축제 정책에 대한 정면 반론입니다. 호주 쪽은 물리적 지속가능성을 말합니다. 한곳에 모으는 구조가 기후 위험에 통째로 노출된다는 사실을 겪고 나서 분산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위험을 나누려고 흩어졌더니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고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공동체와의 관계가 오히려 깊어졌습니다. 적응 조치가 정체성을 손상하는 것이 아니라 새 정체성을 만든 사례입니다. 국내 지역 축제 상당수는 하천 둔치나 공설운동장 같은 단일 부지 모형이라 이 전환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전환을 준비한다면 첫 작업은 공간 목록입니다. 도시 안에서 100명에서 300명 규모를 받을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어디에 몇 곳 있는지, 임대 조건과 접근성이 어떤지를 정리한 표 한 장이 출발점입니다. 그다음이 이동 설계입니다. 흩어지면 관객 이동이 늘어나므로 도보권 안에 배치하거나 순환 셔틀을 두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위험은 줄이고 배출은 늘리는 결과가 됩니다.
출처 · 이탈리아 축제 지도 기획자 인터뷰(등재 약 2,900개) · 호주 문학 축제 30주년 도시 분산 개편
공연 한 회에 117톤 — 스타디움이 시험 중인 다섯 축
멕시코시티의 한 대형 경기장에서 열리는 영국 가수의 연속 공연이 대규모 공연의 운영 방식을 다시 짜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8월 초 현지 매체에 실렸습니다. 기사는 먼저 규모를 제시합니다. 문화·공연 분야에서 35년 넘게 일한 전문가의 추정으로 대형 공연 한 회의 배출은 약 117톤이고, 산업 전체가 만드는 폐기물은 약 5억 5천만 톤입니다. 그리고 과제가 환경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짚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긴 대기 시간의 수분 공급 문제, 이동의 어려움도 관객 경험을 해칩니다. 이번 공연의 조치는 다섯 갈래입니다. 첫째는 급수로, 경기장 곳곳에 무료 급수대를 두고 반입이 허용된 재사용 병을 채울 수 있게 합니다. 둘째는 식음료로, 각 구역에 식물성 선택지를 늘리고 판매 지점의 식기를 퇴비화·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바꿉니다. 셋째는 시설로, 2024년 개보수 때 절수형 화장실과 무수 소변기를 넣었고 1만 3천 제곱미터가 넘는 상부 지붕을 씌워 햇빛과 비를 막으면서 체감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넷째는 순환으로, 공연에서 나온 유기성 폐기물을 퇴비화 전문 조직에 보내고 분리배출 지점을 설치합니다. 다섯째는 포용으로, 수어 통역과 감각 조끼를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장애인 관객을 개별 동행하는 프로그램, 보호자 구역이 운영됩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조치의 목록이 아니라 그 조치들이 걸려 있는 구조입니다. 운영사는 앞서 자국 최대 음악 축제 가운데 하나로 행사 지속가능성 국제 인증을 두 번째로 받았고, 이번 공연의 조치들은 그 인증 체계 안에서 설계된 것입니다. 한 공연의 홍보 활동이 아니라 인증받은 관리 체계가 개별 공연에 적용된 결과라는 뜻입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결정적입니다. 인증 없는 조치는 매번 담당자의 의지에 기대지만 인증 안의 조치는 다음 공연에도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국내에서도 개별 조치는 이미 부분적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텀블러 반입과 급수대, 다회용기, 수어 통역이 그것입니다. 빠진 것은 그것들을 하나의 관리 체계로 묶고 인증으로 고정하는 단계이고, 여기까지 18~36개월을 봅니다. 그리고 배울 실무 요령이 하나 있습니다. 시설 투자와 환경 조치를 분리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붕과 절수 설비는 관객 편의를 위한 투자였는데 환경 성과로도 계산됩니다. 국내 공연장 개보수 계획이 있는 곳이라면 지금이 두 목적을 겹칠 수 있는 시점입니다. 다만 급수대와 식물성 메뉴, 퇴비화는 모두 좋은 조치지만 공연 배출의 대부분은 여전히 관객 이동과 전력이라는 사실을 함께 적어야 정직한 보고가 됩니다.
출처 · 멕시코시티 대형 경기장 연속 공연 운영 분석(8월 초 현지 매체) — 공연 1회 약 117톤 추정
박람회가 다른 나라 국제회의에 먼저 나가는 이유 — 기운을 잇는다는 말
내년 3월 개막하는 일본의 국제 원예박람회 조직 주체가 7월 중순 구마모토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처음 참가했다는 소식이 8월 초 일본 관광산업 전문지에 실렸습니다. 이 국제회의는 자연 회복을 주제로 한 국제 이니셔티브와 국제 자연보전 단체의 일본 위원회가 주최했고, 일본에서 생물다양성을 다루는 국제회의가 열린 것은 2010년 관련 협약 총회 이후 16년 만이었습니다. 27개국에서 약 2,700명이 모였습니다. 박람회 조직 주체는 전시 무대에서 참가 관계 기관들과 함께 구마모토에서 요코하마로 기운을 이어 간다는 문장을 내걸었고, 본관 홀의 이어 말하기 순서에서는 체험에서 행동으로를 주제로 관람객과 출전자와 함께 유산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무대에는 세 개 부처와 개최 도시, 국제 기구, 경제단체에 더해 조경·건설·임업·보험·식품 분야 기업 여덟 곳이 함께 올랐고, 무대를 지켜본 관람객에게는 씨앗이 박힌 종이가 배부됐습니다. 박람회는 내년 3월 19일부터 9월 26일까지 192일간 열리며 유료 관람객 1,000만 명 이상을 목표로 합니다. 앞서 6월 말과 7월 초에는 74개국과 6개 국제기구의 출전 책임자 약 200명이 모이는 회의도 열려 회장 구상과 관람객 수송, 물류, 위생과 안전, 지속가능성, 홍보 같은 실무 정보가 공유됐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대형 박람회가 개막 전에 다른 조직의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홍보로 보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유산 설계의 일부입니다. 박람회는 정의상 한시적입니다. 192일이 지나면 부지는 남고 조직은 해산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개막 전부터 붙습니다. 다른 조직의 회의에 나가 자기 주제를 공유하면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그 주제를 이어받을 관계망이 미리 만들어집니다. 국내 대형 행사가 대개 개막 이후에야 유산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과 대비되는 순서입니다. 국내에서 이 관행이 자리 잡기까지 18~36개월을 보지만, 국제 행사 유치 서류에 유산 계획을 요구하는 흐름은 6~18개월 안에 도착합니다. 실무로 옮기면 첫 작업은 관계 지도입니다. 우리 행사의 주제와 겹치는 국제 회의체와 국내 협의체를 목록으로 정리하고 개막 전 1년 동안 어디에 참가할지를 일정으로 짜는 일입니다. 참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누구와 다음 약속을 만드는가가 목적이므로, 참가 뒤에 남은 연락처와 후속 일정을 기록하는 서식까지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기운을 잇는다는 표현은 아름답지만 측정되지 않습니다. 개막 전에 정해야 할 것은 문장이 아니라 몇 개 조직과 협약을 맺을지, 부지에 무엇을 남길지, 행사 뒤 몇 년 동안 누가 운영할지라는 숫자와 이름입니다.
출처 · 일본 국제 원예박람회 조직 주체 구마모토 국제회의 참가(27개국 약 2,700명) — 8월 초 일본 관광산업 전문지
저수율 30%에 물 축제를 열 것인가 — 밀양의 사흘, 인제의 3년, 상주의 결단
기후가 국내 축제의 일정과 존립을 직접 건드리는 사례가 같은 열흘 안에 세 건 나왔습니다. 경남 밀양시는 8월 7일부터 9일까지 밀양강변에서 여는 대규모 물 축제를 예정대로 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조건입니다. 시의 농업용수 저수율은 8월 5일 기준 30.4%로 평년의 40.2% 수준이고, 가뭄 경계 단계에 있으며 비가 오지 않으면 곧 심각 단계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70대 농민은 농지에 쓸 물도 부족할까 걱정인데 그 물이라도 아껴 요긴한 곳에 쓰는 게 낫지 않냐고 말했고, 30대 자영업자는 부스마다 최소 400만 원씩 투자했고 사흘 매출이 가게 2주 운영보다 많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시는 댐 용수를 전혀 쓰지 않고 자체 정수장 용수만 쓰며, 여과·소독 장치로 사용량을 줄이고 쓴 물은 회수해 도심 열섬 완화용 도로 살수로 재활용한다는 대안을 내놨습니다. 대형 야외 수영장 운영은 축소하고 물 사용량이 많은 프로그램은 취소했습니다. 강원 인제군은 다른 국면입니다. 얼음이 얼지 않아 대표 겨울 축제를 3년 연속 취소했고, 대안으로 2년 전부터 키우던 여름 축제마저 상류 댐 수위와 지난해 침수 피해 복구 지연으로 올해 무산됐습니다. 경북 상주시는 세 번째 경로를 택했습니다. 대표 축제를 취소하고 2027년 출범을 목표로 새 축제를 발굴하기로 했으며, 올해를 재정비의 해로 삼아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기로 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세 사례는 같은 압력에 대한 세 가지 대응입니다. 밀양은 조건을 조정해 강행했고, 인제는 반복 취소 끝에 종목 자체를 바꾸는 중이며, 상주는 한 해를 비우고 새로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지역 축제가 앞으로 몇 해 동안 마주할 선택지가 이 셋 안에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밀양 사례가 드러낸 것은 이 논의가 국내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지점입니다. 환경 대 경제가 아니라 농민의 물과 소상공인의 사흘 매출이라는 두 생계가 맞부딪힙니다. 어느 쪽도 나쁜 편이 아니라서 결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값이 높은 준비는 개최 조건 명세서입니다. 밀양시가 이번에 실제로 한 네 가지, 곧 수원 전환과 사용량 저감, 사용수 회수, 물 사용량이 많은 프로그램 취소를 사전에 문서로 정해 두면 다음에는 논란이 아니라 절차가 됩니다. 인제 사례에서 배울 것은 전환의 시점입니다. 3년을 기다린 뒤에 시작하면 그 사이 관객과 상권의 관계가 이미 끊어져 있습니다. 두 번째 취소에서 전환을 시작해야 합니다. 상주 사례에서 배울 것은 공백기의 관리입니다. 대표 축제가 없는 해에 시민 음악회와 아이디어 공모전을 배치한 것은, 공백을 비워 두지 않고 다음 축제의 재료를 모으는 시간으로 쓴 설계입니다.
출처 · 경남 밀양 물 축제 개최 결정(저수율 30.4%, 8월 5일 기준) · 강원 인제 겨울 축제 3년 연속 취소 · 경북 상주 대표 축제 취소 및 2027년 신규 축제 발굴
국제회의가 떠난 도시에 무엇이 남는가 — 건수에서 레거시로 옮겨 가는 잣대
국내 회의산업의 성적표를 다시 짜자는 제안이 8월 5일 업계 매체 칼럼으로 나왔습니다. 필자는 컨벤션뷰로 단장과 관광공사 회의산업 부서 책임자를 지낸 인물로, 2006년에 서랍 속에 있던 국제 협회 통계를 정책 근거로 공식화해 지자체 간 순위 경쟁을 유도했고 그것이 인프라 확충과 인력 양성 예산 증액의 촉매가 됐다고 회고합니다. 그 결과 2016년과 2017년 국제회의 개최 순위 세계 1위를 달성했지만, 필자는 딱 여기까지였다고 씁니다.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덩치를 키우는 데는 훌륭한 도구였으나 더 이상 진정한 가치를 대변하는 성적표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제시한 대안은 세 축입니다. 첫째는 경제 효과와 직접 지출의 정밀 측정으로, 숙박 수요와 지역 내 직접 지출, 소상공인 매출 연결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체계입니다. 둘째는 운영 생산성 지표로 점유율과 가동률, 계약 전환율, 재방문율을 재자는 것입니다. 셋째가 지속가능성과 레거시로, 국제적으로 쓰이는 목적지 지속가능성 지수처럼 환경과 사회적 책임, 행사가 끝난 뒤 지역에 남아 지속되는 산업 자산과 정책 변화를 지표화하자는 제안입니다. 같은 날 국내 회의산업 협회는 첫 행사 유산 기록집을 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열린 대형 국제 정상회의 준비와 운영에 참여한 기업·기관의 역할과 운영 노하우, 향후 즉시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담았고, 민간 업계가 주도해 현장 경험을 기록물로 자산화한 국내 첫 사례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소식은 같은 문제의 진단과 처방입니다. 진단은 건수 중심 성적표가 산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이고, 처방 가운데 하나가 유산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본지 관점에서 결정적인 대목은 지속가능성이 세 축 가운데 하나로 명시적으로 올라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회의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부대 항목이었습니다. 그것이 성적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축으로 제안됐다는 것은, 앞으로 도시와 시설이 자기 실적을 말할 때 관련 자료 없이는 말할 수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제안이 외부 관찰자가 아니라 그 지표를 만들었던 당사자에게서 나왔다는 점이 무게를 더합니다. 이 항목은 오히려 국내가 앞선 구간입니다. 유산 기록집은 민간 주도의 첫 사례로 국제적으로도 흔치 않고 세 축 제안은 국제 흐름과 같은 시점에 나왔습니다. 다만 제안이 실제 정책 지표로 채택되기까지는 12~24개월을 봅니다.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은 기존 계산기에 항목을 더하는 일입니다. 이미 참가자 수와 체류 일수, 지출 항목을 모으고 있으므로 여기에 이동 수단과 숙박 위치를 더하면 환경 계산의 뼈대가 생기고, 정산 자료에서 폐기물량을 끌어오면 세 축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무엇을 그만 셀 것인지를 함께 정해야 전환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출처 · 국내 회의산업 성적표 재설계 제안 칼럼(8월 5일 업계 매체) · 국내 회의산업 협회 첫 행사 유산 기록집 발간
현수막을 다시 페트병으로 — 영화제와 야시장이 각각 찾은 회수 고리
국내 현장에서 자원 순환의 고리를 실제로 닫으려는 시도 두 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 산악영화제입니다. 올해 제11회 영화제에 쓰일 배너와 현수막을 친환경 재활용 소재로 제작하기로 하고 전문 기업과 협력한다고 7월 24일 밝혔습니다. 문제의식이 구체적입니다. 홍보물로 쓰이는 현수막은 짧게 걸린 뒤 폐기되는 경우가 많고, 수입 원료로 만들어져 국내 자원순환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협력 기업은 국내산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현수막을 만드는 곳입니다. 8월 중 거는 거리 홍보물에는 재활용 소재임을 알리는 문구를 넣어 인식을 높이고, 축제가 끝난 뒤에는 홍보물을 모두 수거해 재가공하는 순환 프로젝트도 진행합니다. 다른 하나는 제주 동문재래시장 야시장입니다. 7월 23일부터 야시장 32개 매장에 다회용기 순환 체계를 도입했고 제주도는 전국 상설 야시장 가운데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설계의 핵심은 주문 단계에 있습니다. QR코드와 키오스크를 활용해 포장 주문과 현장 취식을 구분하고 이용객이 다회용기를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기존 주문 체계에 연계했으며, 상인의 주문·운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구성한 것도 명시됐습니다. 도입 첫날 열린 선포식에는 전국 11개 시장 상인회가 함께해 운영 사례를 살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사례가 공통으로 다루는 것은 회수입니다.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것까지는 흔한 조치인데, 두 사례 모두 쓴 뒤에 다시 걷는 단계를 설계에 넣었습니다.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앞서 본 영국 자재 자료가 지적한 것이 정확히 이 지점입니다. 전체 자재의 84%가 새것이고 절반 가까이가 한 번 쓰고 버려진다는 사실은 소재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수막이 그 자료에서 배출 상위 품목으로 지목된 그래픽 자재라는 점도 우연이 아닙니다. 곧바로 옮길 수 있는 실무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홍보물 수량 대장으로, 몇 장 제작하고 어디에 걸고 언제 걷는지를 기록하면 그 표가 다음 해 감축의 근거가 됩니다. 지금 이 기록을 가진 국내 축제가 거의 없습니다. 둘째는 회수 계약으로, 제작 계약에 수거와 재가공 조항을 넣는 방식이며 계약서 한 줄이면 됩니다. 셋째는 주문 단계 개입으로, 야시장 사례의 핵심은 다회용기를 준비한 것이 아니라 주문 흐름 안에 선택지를 넣은 것입니다. 축제 푸드존에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별도 캠페인 없이 이용률이 올라갑니다. 다만 다회용기는 수거와 세척, 재공급 물류가 끊기면 그대로 쌓입니다. 도입 첫해에는 회수율과 파손율, 세척 지연 일수를 함께 재야 합니다.
출처 · 울산 국제 산악영화제 재활용 소재 배너·현수막 및 수거·재가공 순환 프로젝트(7월 24일) · 제주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32개 매장 다회용기 도입(7월 23일, 전국 상설 야시장 최초)
04. 편집장의 글
① 무대 밖이 본체였다
이번 호를 편집하면서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숫자는 82%였습니다. 월드컵 배출의 82%가 관객이 타고 온 교통편이었다는 계산입니다. 이 숫자가 불편한 이유는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일의 위치를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발전기를 배터리로 바꾸고 조명을 바꾸고 컵을 바꾸는 일은 전부 나머지 18%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일들이 무의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영국의 자재 자료가 알려 주는 것은 관객 이동을 빼고 나면 주최자가 직접 손댈 수 있는 배출의 31%가 자재라는 사실입니다. 손댈 수 없는 것을 걷어내면 손댈 수 있는 것 안에서는 자재가 가장 큽니다. 두 자료를 겹치면 올해의 좌표가 나옵니다. 큰 항목인 관객 이동은 설계와 유인으로 다루고, 통제 가능한 항목인 자재는 조달과 재사용으로 다루는 이중 전략입니다. 그리고 이 두 항목은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동은 관객의 선택을 설계하는 일이라 마케팅에 가깝고, 자재는 조달 계약을 고치는 일이라 구매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행사 환경 업무가 대체로 운영팀 한 곳에 얹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하려면 담당 자리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환경 담당자 한 명을 두는 것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티켓 판매와 조달, 두 곳의 업무 흐름 안에 항목이 들어가야 합니다.
② 기후는 이미 우리 일정표 안에 있다
이번 호의 한국 지면은 편집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수율이 30%인데 물 축제를 열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옳은 답이 없습니다. 농민의 걱정도 옳고 부스마다 400만 원을 투자한 상인의 기대도 옳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앞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에 다른 도시에서 반복될 것입니다. 얼음이 얼지 않아 3년 연속 겨울 축제를 접은 지역, 대표 축제를 아예 취소하고 새로 설계하기로 한 지역이 이미 같은 호에 함께 실렸습니다. 그동안 지속가능한 행사라는 말은 대체로 우리가 환경에 무엇을 하는가를 뜻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현장에서 지금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반대 방향입니다. 기후가 우리 행사에 무엇을 하는가입니다. 이쪽이 더 급합니다. 배출을 줄이는 일은 몇 해에 걸쳐 성과가 나지만 축제가 취소되는 일은 그해에 매출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 가장 실용적인 제안을 하나만 고르라면 취소 기준선 문서라고 답하겠습니다. 몇 도에서 프로그램을 줄이고 어떤 조건에서 전면 취소하는지를 숫자로 미리 적어 두는 일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결정은 매번 행사 사흘 전의 압력 아래서 내려지고, 그 결정의 부담은 대개 부스 상인과 일용 인력이 먼저 떠안습니다. 기준선과 보상 규정을 함께 만들지 않으면 안전 대책이 약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장치가 됩니다.
③ 잣대를 바꾸자는 말이 국내에서 먼저 나왔다
본지가 매주 하는 일은 대체로 해외에서 먼저 도착한 흐름을 국내에 옮겨 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차 이야기가 잦고 대개 6개월에서 3년쯤 뒤라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이번 호에는 반대 방향인 항목이 있습니다. 국내 회의산업의 성적표를 개최 건수에서 경제 효과와 운영 생산성, 그리고 지속가능성과 레거시 세 축으로 옮기자는 제안이 국내에서 먼저 공개적으로 나왔고, 같은 날 업계 협회가 첫 행사 유산 기록집을 냈습니다. 같은 주에 싱가포르가 자국 로드맵을 환경 한 축에서 환경·사회·경제 세 축으로 넓혔고 브라질 협회가 지속가능성이 사업 성과로 측정되기 시작했다고 정리했으니, 세 나라가 거의 같은 시점에 같은 방향으로 잣대를 고친 셈입니다. 국내가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 왜 중요한가 하면,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자는 제안보다 이미 돌아가는 것에 항목을 하나 더하자는 제안이 언제나 훨씬 쉽게 통과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컨벤션뷰로들은 이미 참가자 수와 체류 일수, 지출 항목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떻게 오는지와 어디서 묵는지를 더하면 환경 계산의 뼈대가 생기고 정산 자료에서 폐기물량을 끌어오면 세 축이 완성됩니다. 새 예산도 새 조직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함께 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그만 셀 것인가입니다. 기존 통계를 그대로 둔 채 항목만 더하면 현장의 보고 부담만 늘고 판단은 여전히 건수로 내려집니다. 더하는 결정보다 빼는 결정이 언제나 어렵고, 그래서 그 결정이 진짜 전환의 시작입니다.
이 글은 그린이벤트 트렌드 리포트(공개판)의 요약입니다. 각 신호의 ‘전문가 심층 분석(왜 지금인가 · 누가 이기고 지나 · 실행 방안)’은 전체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