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기후 — 예측치를 먼저 만들고, 큰 항목부터 손댔다
탄소·기후(그린박스 07)에서 대형 행사가 가장 흔히 밟는 순서는 뒤집혀 있다. 행사를 평소대로 치른 다음 배출량을 계산하고, 나온 숫자만큼 크레딧을 사서 탄소중립을 선언한다. 이 순서에서 측정은 감축의 도구가 아니라 정산서다. 무엇을 줄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고, 다음 회차의 설계도 바뀌지 않는다.
버밍엄 2022는 순서를 반대로 잡았다. 대회 전에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쓰는 산정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해 예측 발자국을 만들었고, 그 예측을 항목별로 쪼개 어디에서 배출이 나오는지를 먼저 봤다. 결과는 관중 이동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었다. 국제 선수단 항공 이동과 임시 시설, 케이터링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그림이 나온 다음에야 대책이 짜였고, 그래서 이 대회의 대표 조치가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자재가 아니라 입장권 정책이 됐다. 큰 항목부터 손대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예측을 먼저 만들지 않으면 실제로는 눈에 띄고 홍보하기 좋은 작은 항목부터 손대게 된다.
대회가 끝난 뒤 발자국을 다시 계산한 결과는 20만 1,800톤이었다. 대회 전 예측치 27만 4,065톤보다 7만 톤 넘게 낮은 숫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축폭 자체보다 두 숫자를 모두 남겼다는 사실이다. 예측만 발표하고 사라지는 행사가 대부분이고, 실측만 발표하면 그것이 잘한 결과인지 알 수 없다. 예측과 실측을 나란히 두면 다음 행사가 자기 예측을 검증할 근거가 생긴다.
남은 배출량을 처리하는 방식은 갈라 볼 필요가 있다. 주최 측은 수도회사 세번트렌트와 함께 미들랜즈 지역에 2,022에이커의 커먼웰스 레거시 포레스트를 조성하기로 했고, 이 숲이 35년에 걸쳐 24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영국 산림탄소코드의 검증을 받고 제3자 독립 검증을 붙였으며, 심는 과정에 주민 2,000명이 참여했고 2022년 시점에 8만 5,200그루가 심겼다. 여기까지는 상쇄 크레딧을 시장에서 사 오는 방식보다 분명히 낫다. 돈이 지역에 남고 흡수원의 위치가 확인 가능하며 심는 행위 자체가 지역의 참여 프로그램이 된다. 다만 이 설계의 탄소중립 완성 시점은 나무가 자란 2060년이다. 대회는 2022년에 끝났고 중립은 38년 뒤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이 시차를 감추지 않고 명시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국내 행사가 이 모델을 가져올 때 탄소중립 대회라는 표현만 떼어 오면 정확하지 않은 홍보가 된다. 오늘 배출한 것을 오늘 상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갚기로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