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 대회를 고칠 것인가, 도시를 고칠 것인가
접근성(그린박스 08)에서 대부분의 행사가 반복하는 실수는 범위 설정이다. 접근성을 대회 기간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본다. 경사로를 임시로 깔고, 휠체어 관람석을 표시하고,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고, 안내 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할 창구를 둔다. 나쁜 조치는 아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행사가 끝나면 함께 철거된다. 참가자가 행사장에 도착하기까지 겪은 어려움, 즉 예매 화면을 읽는 일,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찾는 일, 안내문의 문장을 이해하는 일은 그대로 남는다.
베를린 2023은 이 범위를 밖으로 밀었다. 베를린시는 대회 조직위와 별개로 ‘인클루전 23(Inklusion 23)’이라는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270만 유로를 투입했는데, 이 예산이 향한 곳은 경기장이 아니었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교통조합(VBB)은 선수들과 함께 대중교통 안내 앱을 새로 개발했다. 쉬운 언어(Leichte Sprache)로 쓰인 이용 안내, 디지털 유도 안내, 영상으로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들어갔다. 베를린 주체육회에는 인클루전 담당관 자리가 새로 생겼다. 조직된 스포츠 안에서 인클루전을 잇는 상설 창구를 두겠다는 것이다. 박물관섬에서는 ‘레디 스테디 고!(Ready Steady Go!)’라는 문화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대회가 끝나도 철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앱은 대회 후에도 작동하고, 담당관 자리는 대회 후에도 남으며, 박물관 프로그램은 다음 시즌에도 열린다. 예산의 성격이 운영비가 아니라 설비 투자에 가깝다. 행사 접근성 예산을 짤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여기서 나온다 — 이 지출은 행사가 끝나는 날 함께 사라지는가, 아니면 남는가. 남는 쪽의 비중을 의식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접근성 예산은 매년 같은 금액을 다시 쓰면서도 아무것도 축적하지 않는다.
베를린시가 스포츠 행사를 평가할 때 쓰는 ‘시티 리턴(city return)’ 모델로 이 대회를 사후 평가한 결과, 평가진은 이 대회를 접근성 있는 스포츠 행사의 모범 사례로 분류했다. 이 평가 모델은 경제·환경·사회 세 축에 70개가 넘는 지표를 배치한다. 접근성이 사회 축의 한 항목으로 지표화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표가 없으면 접근성은 늘 ‘잘한 것 같다’로 끝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