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장소 — 빌린 스키장의 숲과 이해관계를 맺다
행사 장소(그린박스 01)에서 스키장은 야외 축제에 흔히 쓰이는 부지다. 여름에 비어 있고, 숙박 시설과 주차장과 리프트가 이미 있고, 넓은 사면이 무대와 캠핑장을 받아 준다. 그러나 이 조합은 부지와 축제의 관계를 한철 임대로 고정시킨다. 축제는 며칠 쓰고 떠나고, 부지 주인은 겨울 장사를 준비하며, 두 계절 사이에 걸쳐 있는 숲은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게 된다.
후지록의 출발도 이 구조의 약점을 드러냈다. 1997년 7월 첫 회는 후지산 기슭의 후지 텐진야마 스키장에서 열렸는데, 태풍이 덮쳐 3만 명이 비바람 속에서 첫날을 치르고 이틀째 공연은 취소됐다. 이듬해 도쿄 도요스의 도심 부지를 거쳐 1999년 니가타현 유자와정의 나에바 스키장으로 옮겼고, 그 뒤로 거의 30년을 같은 곳에서 열고 있다. 장소를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후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나에바에 자리 잡은 지 3년째인 2002년,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행사장 안 숲에 나무 산책로를 손으로 깔기 시작했다. 진흙탕이 되기 쉬운 숲길을 관객이 밟아 망가뜨리지 않도록 동선을 판재 위로 올린 것이다. 이 보드워크는 지금 약 1.4킬로미터에 이르고, 그린 스테이지 구역에서 오렌지 코트 구역까지 숲을 가로지른다. 재료는 행사장 주변 숲에서 나온 목재다. 2011년에는 이 활동이 제도가 됐다. 니가타현과 유자와정, 지역 관광 조직과 마을 자치회, 부지를 소유한 호텔 운영사, 제지회사와 지역 기업들, 주최사가 함께 후지록의 숲 프로젝트 실행위원회를 꾸렸다.
이 협의체의 구성이 이 사례의 핵심이다. 부지 주인과 지자체와 축제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기 때문에, 숲을 돌보는 일이 축제 사흘의 원상복구가 아니라 일 년 내내의 관리가 된다. 주최 측은 이것을 여름 한 철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이 숲의 아름다움을 돌보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부지에서 해마다 열리는 국내 축제라면 옮겨 볼 수 있는 구조다. 부지를 빌려주는 쪽과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를 축제의 환경 협의체에 정식 구성원으로 넣으면, 부지 개선이 매년 새로 협상해야 하는 비용이 아니라 세 주체가 함께 쌓는 자산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