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 고치기 전에 먼저 재다
접근성(그린박스 08)에서 행사가 흔히 하는 일은 대회 기간에만 쓰는 임시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을 들여놓는 것이다. 행사가 끝나면 설비는 철거되고, 개최지의 건물과 길은 원래대로 돌아간다. 인빅터스 게임 밴쿠버 휘슬러 2025는 출발점을 다르게 잡았다. 선수 전원이 신체나 정신의 부상을 안고 있는 대회였기 때문에, 조직위는 무엇을 들여놓을지보다 기존 시설의 어디가 막혀 있는지를 먼저 쟀다.
대회 운영 책임자 로빈 맥비커는 개막 넉 달 전 인터뷰에서 휘슬러 블랙콤 리조트와 장애 접근성 단체인 릭 핸슨 재단이 함께 대회 경기장 전체를 진단하고 시설별로 무엇이 부족한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결과물을 문손잡이 하나를 바꾸는 일부터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관람 구역을 포장하는 일까지 대회 뒤에도 남는 유산이라고 불렀다. 개최지 리조트는 이보다 앞선 2023년부터 같은 재단의 접근성 인증 프로그램으로 산 정상의 라운드하우스 로지를 포함한 핵심 건물 네 곳을 평가받아, 접근성이 모자란 지점을 하나씩 짚어 냈다. 이 인증은 장애 유형이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그 공간을 어떻게 겪는지를 기준으로 건물과 부지를 매기는 캐나다의 평가 제도다.
평가가 짚어 낸 곳은 경기 코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밥을 먹고 쉬고 오가는 건물이었다. 라운드하우스 로지는 손님과 직원 대부분이 거쳐 가는 공간이라 가장 먼저 손봤다. 로비 바닥은 휠체어 바퀴와 스키 부츠 모두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바꾸고, 계단으로만 오를 수 있던 식당 입구에 경사로를 놓고, 안내 표지와 건물 안 이동 경로를 정비했다. 대회 전에는 피츠시먼스 리프트를 좌식 스키 선수가 타기 쉽게 개조했다. 지역 언론 피크 뉴스매거진에 따르면 이 개조를 계기로 리프트 제조사와 포용적 설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제조사는 이후 모든 리프트의 설계 개선을 검토하게 됐다. 대회가 끝난 2025년 5월, 라운드하우스 로지는 이 인증을 받은 첫 스키 리조트 시설로 공개 확인됐다. 리조트 측은 인빅터스 게임이 만든 흐름을 구체적이고 오래 남는 방식으로 이어 간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직하게 덧붙이면 인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리조트는 곤돌라 중간역 경사로, 계단 한 칸이 있던 화장실 건물의 경사로와 자동문, 직원 숙소 경사로, 바이크 파크의 적응형 라이더용 표지 개선을 다음 과제로 올려 두었다. 시설 유지보수 담당 직원 한 명은 직접 교육을 받아 인증 평가 전문가 자격을 땄다. 외부 평가에 기대던 일을 내부에서 이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장애인체육대회나 겨울 축제가 이 사례에서 옮겨 올 수 있는 첫걸음은 크지 않다. 대회 예산의 일부로 공인된 접근성 평가자에게 경기장과 주변 편의시설을 먼저 진단받고, 그 결과를 시설 소유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야 임시 설비를 빌릴 곳과 영구적으로 고칠 곳이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