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사례

부산국제영화제(BIFF)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와 시내 극장 · 국제 영화제 (매년 가을 열흘 안팎, 2026년 제31회)

배리어프리 영화를 따로 모은 상영관에서 시작해, 갈라 상영작까지 화면해설과 자막을 다는 쪽으로 옮겨 왔다. 장애 관객이 '보러 갈 영화'를 얻은 뒤에 남은 과제는 '상영관까지 가는 길'이라는 것을 공개 기록으로 보여 준 영화제.

어두운 상영관에 줄지어 놓인 빨간 극장 좌석
행사 분위기를 전하는 무료 라이선스 자료 이미지이며,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닙니다.

핵심 성과

10편 → 11편배리어프리 버전 상영작 수(2019년 제24회 10편, 2025년 제30회 10편, 2026년 제31회 11편).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함께 단다
갈라 상영작2026년 제31회에는 배리어프리 상영작이 갈라 프레젠테이션·아이콘·비전 등 본 섹션 7개 부문에 걸쳐 편성됐다. 별도 상영관에 모아 두던 방식에서 본 편성 안으로 들어왔다
만 65세 이상2025년 제30회에 처음 연 디지털 취약계층 현장 매표 창구의 대상(고령자와 장애인 등). 온라인 예매 경쟁에서 밀리는 관객에게 상영작별 한정 좌석을 따로 남겼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가을 영화의전당과 부산 시내 극장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영화제다. 그린이벤트 관점에서 이 영화제는 그린박스 08 환대의 한 축, 시청각장애인 관객의 관람 접근성을 해마다 조금씩 넓혀 온 과정이 공개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2019년 제24회에는 CGV센텀시티 7관 한 곳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10편을 화면해설과 한글자막으로 상영하고, FM 수신기와 앱으로 해설을 듣는 폐쇄형 방식을 써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회차를 함께 보게 했다. 2022년 제27회에는 장애인 단체가 배리어프리 상영관을 찾기 어려웠고, 야외극장에 휠체어석이 없었으며, 개·폐막식 온라인 중계에 수어 통역이 없었다고 지적했고, 영화제 측은 미비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2025년 제30회에는 배리어프리 상영 10편에 더해 만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매표 창구를 처음 운영했고, 2026년 제31회에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을 포함한 11편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했다. 콘텐츠 접근성은 해마다 넓어졌지만, 2022년에 지적된 동선·좌석·안내 문제가 그 뒤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환대 —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다는 고통

환대

고통. 영화제는 관객이 고를 수 있는 영화가 수백 편인 행사다. 2019년 제24회의 초청작은 85개국 303편이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관객에게 화면해설이 없는 영화는 대사 사이의 장면을 놓치는 영화이고, 청각장애인 관객에게 한글자막이 없는 한국 영화는 내용을 따라갈 수 없는 영화다. 수백 편 가운데 실제로 고를 수 있는 영화가 거의 없다는 것, 이것이 영화제가 장애 관객에게 주는 가장 큰 고통이다. 하려던 것을 못 하는 기회 상실이다.

처방. 2019년 영화제는 CGV센텀시티 7관을 배리어프리 상영관으로 정하고 10편을 화면해설과 한글자막으로 상영했다. 상영작에는 그해 화제작이던 기생충과 극한직업이 들어 있었다. 눈여겨볼 것은 방식이다. 화면해설을 극장 스피커로 틀지 않고 FM 수신기와 앱으로 필요한 관객만 듣게 하는 폐쇄형으로 운영했다. 이렇게 하면 장애인 관객만 모인 특별 회차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회차에 나란히 앉는다. 배리어프리를 특별 행사가 아니라 일반 상영의 한 선택지로 만드는 장치다.

결과. 이 상영은 해마다 이어졌다. 2025년 제30회에는 10편, 2026년 제31회에는 11편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됐다. 더 큰 변화는 편성의 위치다. 2026년의 11편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스페셜 프로그램, 아이콘, 비전, 한국영화의 오늘, 플래시 포워드, 와이드 앵글 등 본 섹션에 고르게 흩어져 있다. 장애 관객이 따로 마련된 목록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가 가장 내세우는 작품 가운데서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편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고를 수 있는 영화의 무게가 달라졌다.

환대 — 표를 사는 단계에서 밀려나는 고통

환대

고통. 인기 영화제의 표는 예매가 열리는 순간 몇 분 만에 매진된다. 화면을 빠르게 읽고 누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와 장애인은 이 경쟁에서 처음부터 불리하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이 있어도 표를 못 사면 마찬가지로 기회 상실이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수요가 몰려서 생기는 고통이라 운영자가 놓치기 쉽다.

처방. 2025년 제30회에 영화제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매표 창구를 처음 열었다. 영화의전당 야외 사거리 매표소에서 당일 상영작과 다음 날 1·2회차 상영작을 살 수 있게 했고, 상영작마다 이 창구에서 팔 좌석을 따로 떼어 두었다. 온라인 예매에 모든 좌석을 풀지 않고 일부를 다른 경로로 남겨 둔 것이다.

결과. 이 창구로 몇 장이 팔렸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처방의 구조는 다른 행사에도 그대로 옮길 수 있다. 예매가 한 경로로만 열리면 그 경로에 가장 능숙한 사람이 좌석을 가져간다. 좌석의 일부를 현장 창구나 전화 예매처럼 다른 경로로 떼어 두는 것만으로도, 같은 수요 집중 속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줄일 수 있다. 개·폐막식 표는 이 창구에서 팔지 않았다는 점은 남은 빈칸이다.

환대 — 영화관 문 앞까지 가는 길

환대행사 장소

고통. 2022년 제27회가 끝난 뒤 장애인 단체들이 영화제 현장을 다녀와 지적한 내용은 대부분 영화 밖의 일이었다. 한 단체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영화는 상영관조차 찾기 어려웠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야외극장의 장애인 화장실은 공용으로 운영됐고, 건물 안 통로는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버거울 만큼 좁았다. 점자블록 일부에는 카펫이 깔려 안내가 끊겼고, 안내판에는 영문 번역만 있고 점자나 음성 안내는 없었다. 의자가 수천 개 놓인 야외극장에 휠체어석은 한 곳도 없었고, 개·폐막식 온라인 중계에는 수어 통역이 없었다. 알아야 할 것을 몰랐던 정보 부족과 몸이 힘들었던 물리적 불편이 한꺼번에 나온 것이다. 그해 전체 상영작은 223편에서 242편으로 늘었는데 배리어프리 상영작은 오히려 1편 줄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처방. 영화제 측은 야외극장에는 진행 요원을 두고 장애인석은 현장 요청에 따라 유동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수어 통역처럼 미비한 부분은 추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결과. 이 지적 이후 동선, 화장실, 휠체어석, 안내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이번 조사에서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대목은 성과가 아니라 교훈으로 읽어야 한다. 영화제는 화면해설과 자막처럼 작품 안의 접근성은 해마다 넓혔지만, 관객이 상영관 문 앞까지 가는 길은 행사장 운영의 문제라 별도로 챙기지 않으면 그대로 남는다. 현장 요청이 오면 그때 좌석을 만든다는 방식은 요청하지 못하고 돌아간 관객을 셀 수 없다. 휠체어석을 미리 정해 지도에 표시하고, 배리어프리 상영관까지의 길을 점자와 음성으로 안내하고, 그 내용을 예매 단계에서 미리 알리는 일은 비용이 크지 않으면서 효과가 바로 보이는 처방이다.

행사 장소 — 상영관 한 곳에서 본 편성 전체로

행사 장소

2019년의 배리어프리 상영은 시내 극장의 상영관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장애 관객 입장에서는 그 상영관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를 수 있는 영화가 그 한 곳의 편성으로 묶인다. 2025년과 2026년의 안내는 배리어프리 상영관을 마련했다고 적으면서도 상영작을 본 섹션 전반에 흩어 놓았다. 상영작이 여러 섹션으로 퍼질수록 상영 장소도 여러 곳이 되고, 그만큼 각 장소마다 동선과 안내를 갖춰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국내 행사가 여기서 가져갈 질문은 하나다. 접근성 조치를 한 곳에 모을 것인가, 전체에 퍼뜨릴 것인가. 한 곳에 모으면 설비를 집중할 수 있지만 선택지가 줄고, 전체에 퍼뜨리면 선택지는 늘지만 모든 장소의 기본 설비가 따라와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7년은 콘텐츠를 먼저 퍼뜨리고 장소가 뒤따라야 하는 순서를 보여 준다. 다음에 준비하는 행사라면 둘을 같은 해에 함께 계획하는 편이 관객의 고통을 덜 남긴다.